(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김현수(29·LG 트윈스)는 LG 선수로 첫발을 떼는 자리에서 수차례 눈물을 흘렸다.
그런 김현수를 누구보다 안쓰럽게 바라본 이들이 있었다.
21일 서울 그랜드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김현수의 LG 입단식에는 그의 부모와 장인·장모와 함께해 눈길을 끌었다.
LG 구단은 입단식이 진행된 메이플홀 창 측에 자리를 마련해 김현수의 부모와 장인·장모를 모셨다.
김현수의 아내는 몸이 좋지 않아 불참했다.
2006년 두산 베어스의 육성선수로 프로에 입문한 김현수는 2015년까지 10시즌 동안 곰 유니폼만 입고 뛰었다.
그런 두산을 떠나 이웃집이자 잠실 라이벌인 LG 선수가 되는 것은 김현수에게 무척 힘든 결단인 듯 했다.
김현수는 이날 기자회견을 위해 행사장에 들어선 순간부터 표정이 어두웠다.
그는 힘없는 목소리로 "LG 입단을 결정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 두산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미국에서 생각했던 대로 잘 안 됐다. 그런데도 LG 구단에서 좋은 조건에 받아주셔서 감사드린다"고 했다.
김현수는 '축하받아야 할 자리인데, 표정이 어둡다'는 말이 나오자 만감이 교차하는 듯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끝내 눈물을 보인 김현수는 두산에 대한 질문이 한 번 더 나오자 참았던 눈물을 다시 한 번 터트렸다.
그는 "오늘 이 자리에 오면서 울지 말자고 다짐했는데…. 두산 팬들에게 죄송하고 LG 팬들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김현수는 국내로 돌아온 자신을 붙잡지 않은 두산에 대한 섭섭한 마음과 4년 115억원이라는 거액을 안겨준 LG에 감사한 마음이 교차하는 듯 보였다.
아들과 사위가 뛰는 팀이라 덩달아 10년간 두산을 응원했을 그의 부모와 장인·장모도 김현수의 눈물을 지켜보면서 정서적으로 공감하는 면이 적지 않아 보였다.
김현수의 아버지는 MBC 청룡 시절부터 소문난 LG 팬으로 알려졌다. 김현수는 "아버지는 아버지이기 때문에 내가 뭘 하든 잘했다고 해주신다. 이번에도 잘했다고 해주셨다"고 했다.
사실 신인선수의 입단식이 아닌 바에야 대졸은 8년, 고졸은 9년 동안 프로 무대에서 뛰어야 가능한 FA 이적 입단식에 부모가 참석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장인·장모까지 함께하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지난달부터 김현수에게 적극적인 구애 의사를 드러낸 LG는 김현수의 입단이 확정된 뒤에는 김현수 가족의 마음을 사기 위해 끝까지 공을 들였다.
LG 관계자는 "김현수의 부모님과 장인·장모님에게 유광점퍼 한 벌씩을 선물해 드렸다"고 소개했다.
이날 입단식을 잠실구장이 아닌 호텔에서 진행한 것도 LG 구단의 작은 배려였다.
같은 잠실구장을 쓰는 두산을 상징하는 선수를 데려오면서 잠실구장에서 입단식을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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