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우리는 작은 가게에서 어른이 되는 중입니다'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신간 '우리는 작은 가게에서 어른이 되는 중입니다'(사계절)는 청소년들을 주축으로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고 도시락 가게 '소풍가는 고양이'를 창업해 7년간 열심히 꾸려온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저자인 박진숙 씨는 이 가게의 대표이다. 하자센터(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에서 진행하는 진로교육의 하나로 '연금술사 프로젝트'를 운영하다가 청소년들이 주체적으로 일하며 삶의 주인으로, 또 어른으로 성장해 갈 필요성을 절감하며 사회적 기업을 만들고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소풍가는 고양이'를 창업하게 됐다.
빠져나올 수 없는 외로운 섬에 갇힌 아이들을 세상으로 이끌어 자립시키려는 이 시도는 처음에 그저 꿈 같았지만, 학교와 사회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던 이들에게 뭐든 해 볼 기회와 환경을 제공한다는 것만으로도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했다고 박 대표는 돌아본다.
일찌감치 학교를 벗어났거나 고졸인 청소년들은 미래를 고민해 볼 여유조차 없이 자립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일단 돈을 빨리 버는 것. 최소한의 생계유지 비용을 마련하기에도 벅차니 미래를 위한 투자는 꿈도 꿀 수 없었다.
"이들은 끈기가 없고 돈만 밝히는 철없는 존재가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따로 있었다. 나는 스무 살의 어린 나이에 혼자 힘으로 생계를 해결해야 하는 막막함, 전망 없는 미래, 밥벌이가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된다는 것이 어떤 건지 알지 못했다. 내가 안다고 생각했던 건 이들 앞에 놓인 사회적 불평등이었지, 이들이 겪고 있는 현실의 무게감과 압박감은 아니었다. 나는 섣불리 '안다'고 착각했고, 이게 나의 가장 큰 오류였다. 내 생각과 달리 이들이 원한 건 '미래의 꿈'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생활'이었다." (31∼32쪽)
박 대표는 이 가게를 창업해 청소년들을 단순히 고용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이들이 주인이 돼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했다. 주인이 되기로 한 구성원 4명은 각자 120만 원을 회사에 투자한 뒤 주식 120주를 받고, 법적으로 인정받는 회사의 주인이 됐다. '청소년 주식 소유제'를 시도한 것이다.
스스로 주인이 된 청소년들은 더 즐겁게, 열심히 일할 수 있었다. 처음 하는 요리와 배달 일에 시행착오가 없을 수 없었고 좌충우돌을 겪기도 하지만, 조금씩 어른으로 성장해간다. 노동자로 살아가는 것에 무지했던 이들이 이곳에서 당당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태어난다.
"소풍가는 고양이는 이들에게 혼란과 고통을 피하지 않고 대면하게 하는 사회적 장소였다. 이곳에 머무는 청소년과 청년들은 철없어 보이지만 유머가 있고, 대단한 근성이 있는 건 아니지만 쉽게 기죽거나 포기하지 않으며, 쩔쩔매지만 헤쳐나갔다. 이곳에서의 시간과 경험이 젊은 개인들에게 무엇으로 기억될지는 확신할 수 없다. 또한 나는 청소년 전문가도, 사람의 성장과 발달에 능통한 전문가도 아니기 때문에, 이들이 온몸으로 표출하는 성장통 같은 몸부림을 같이 겪고 기억하고 기록하면서 이들이 '어떤 사람'이 되어 가는 과정을 응원하고 지켜볼 뿐이다. 힘겹게 살아내는 노동이 아니라 성찰하고 보람을 느끼는 노동이 대학 진학보다 나은 선택이었기를 바라면서." (182쪽)
216쪽. 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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