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기초를 이루는 원리…파울리의 '배타 원리'

입력 2017-12-22 10:38  

세상의 기초를 이루는 원리…파울리의 '배타 원리'
이강영 교수, 20세기 전반 양자역학 다룬 신간 '스핀' 출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화학을 공부하는 수험생들은 주기율표를 익히기 위해 주문을 왼다. 수리나칼루세프, 베마칼스바라……. '수리나칼루세프'는 1족인 수소부터 시작해 리튬, 나트륨, 칼륨, 루비듐, 세슘, 프랑슘까지 앞글자만 딴 것이다. 우리가 달달 외우기만 하는 주기율표의 배열 원칙을 결정하는 것이 바로 배타 원리다.
배타 원리는 원자의 내부를 설명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별의 마지막 단계랄 수 있는 백색왜성의 내부에도 적용된다. "세상의 기초를 이루는 원리처럼 보이는" 배타 원리를 발견한 이가 오스트리아 출신의 물리학자 볼프강 파울리(1900~1958)다. 이강영 경상대 물리교육과 교수가 쓴 신간 '스핀'(계단 펴냄)은 파울리의 삶을 따라가면서 배타 원리의 탄생과 그 토대가 되는 스핀의 발견 과정을 함께 엮은 책이다.
학창 시절의 파울리는 수업 시간에 책상 밑에서 몰래 상대성 이론 논문을 읽는 아이였다. 그는 19살에 상대성 이론을 설명하는 논문을 출판했다. 이를 뒤늦게 접한 아인슈타인조차 "이토록 완숙하고, 웅대하게 구상된 작품을 공부하는 그 누구도 저자가 21살의 젊은이라는 것을 믿지 못할 것"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파울리는 1925년 1월 에드먼드 스토너 논문을 파고든 끝에 원자 속의 풍경을 그려내는 방법을 발견했음을 세상에 알렸다. '파울리 원리'로도 불렸던 이 원리는 결국 '배타 원리'라는 이름으로 굳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회전하는 전자의 '스핀'이라는 개념도 제시됐다. '배타 원리'와 '스핀'의 등장으로 논리를 갖춘 진짜 양자역학이 제 모습을 갖추게 된 셈이다.
국내에는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매력적인 천재 물리학자의 삶뿐 아니라 괴팅겐, 뮌헨, 함부르크, 코펜하겐 등을 무대로 한 20세기 전반 양자역학의 발전 과정을 감상할 수 있는 책이다. 파울리는 "(그와의 만남으로) 내 과학 인생에 새로운 국면이 시작됐다"고 훗날 회상했던 덴마크 물리학자 닐스 보어를 비롯해 수많은 연구자와 만나 교류했다. 학문에서 빛나는 진전을 일궈내려면 한 개인의 천재성만이 아닌, 앞선 수많은 성취와 동시대 연구자들 간의 교류·협력이 절대적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책의 저자는 "물리학의 이론적·실험적 전개 과정뿐 아니라 시대와 과학자들의 주변 환경도 함께 묘사하려고 애썼다"라면서 "더 욕심을 부리자면 과학자들의 연구가 어떤 전통 속에서 이뤄진 것인가를 보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448쪽. 2만2천 원.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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