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등 빈곤국민, 부유하고 따뜻한 유럽 대거 유입 전망
(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기후변화가 지금과 같은 추세로 이어진다면 향후 이주민들의 유럽 유입이 급증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를 이끈 볼프람 슐렌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21일(현지시간) 과학학술지 사이언스 발표 연구논문을 통해 "유럽 각국은 고국을 등지고 몰려드는 이주민들이 급증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슐렌커는 "기후변화에 따른 이주민 증가는 결국 정치적 긴장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면서 "유럽은 이미 얼마나 많은 이주민을 수용해야 할지를 놓고 갈등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세기말 유럽에 정착하고자 하는 이주민들이 지금보다 3배나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기후변화 억제에 성공하더라도 유럽행 이주민은 25%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오로지 기후변화라는 변수를 놓고 판단한 것으로, 정치적·경제적 요인은 배제됐다.
연구팀은 2000년부터 2014년까지 유럽 이주를 신청한 103개 나라 이주민을 대상으로 분석에 나섰다.
이 기간 매년 35만 명이 유럽으로 이주했다.
연구팀은 작물 재배 최적 기온인 영상 20도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의 경우 기온이 이보다 낮은 국가보다 이주민들이 훨씬 많은 것으로 밝혀냈다.
이라크와 파키스탄과 같은 더운 나라 출신 이주민들이 유독 많았다.
일부에서는 기후변화가 반드시 유럽행 이주민 증가를 몰고 오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을 내놓기도 한다.
내전 등을 피해 살기 좋은 지역으로 이주하려는 시도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영국 런던정경대 '그랜섬 기후변화·환경 연구소' 정책·홍보담당 밥 워드는 각국 정책결정자들은 이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는 "이번 연구는 유럽이 기후변화에 따른 충격을 가장 강하게 받는 지역이 될 것이라는 점을 일깨우고 있다"며 "해수면 상승과 극심한 날씨 등에 시달리고 있는 수억 명, 아니 수십억 명이 살기 힘든 자신들의 거주지를 대거 떠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과거 역사를 볼 때 이주민 급증은 분쟁과 전쟁을 몰고 왔다"면서 "이에 따른 잠재적 비용은 기후변화가 미래에 끼치는 영향의 경제적 모델에서 늘 제외된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는 아프리카 사하라사막 남쪽 지역 등 지구 전체에 가뭄, 홍수, 폭염 등 극심한 날씨를 몰고 와 결국 농업생산이 극심한 어려움에 빠지도록 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유럽 역시 기후변화에서 예외일 수는 없지만, 기온이 낮은 데다 상대적으로 발전했고 잘 발달한 사회간접자본(SOC)이 갖춰져 있어 기후변화에 잘 대응할 수 있는 만큼 이주민들에게는 매력적인 지역이라는 것.
시리아 내전과 북아프리카·중동의 정세 불안, 더 좋은 경제 환경을 찾는 젊은층 증가 등이 겹치면서 지난 10년간 유럽 이주민들이 급증한 것으로 분석됐다.
ky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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