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인터뷰] 박원순 서울시장 "내년 과제는 공동체 중심 사회로 바꾸는 것"

입력 2017-12-25 06:13   수정 2017-12-25 08:16

[신년인터뷰] 박원순 서울시장 "내년 과제는 공동체 중심 사회로 바꾸는 것"
"가장 잘한 일은 '사람 중심' 패러다임 전환…뼈아픈 상처는 구의역 사고"
3선 도전 여부 질문에 "정치 일정 언급 조심스럽다…결심 굳혀가는 단계"


(서울=연합뉴스) 고웅석 박초롱 이태수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은 내년 도전과제로 '공동체 중심 사회로의 전환'을 꼽았다.
박 시장은 25일 연합뉴스와 신년인터뷰에서 내년도 시정 과제를 묻는 말에 "우리 사회를 '각자도생 사회'에서 '공동체 중심의 사회'로 바꾸는 것"이라며 "우리가 의지할 수 있고 행복해질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을 만드는 것이 고령화 시대나 저출산 시대의 과제를 해결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2011년 취임 이래 역대 최장수 서울시장이라는 기록을 가진 그는 "절박한 시민 삶의 문제를 해결하고, 서울의 글로벌 경쟁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드는 일이 최대 과제"라고 진단했다.
다음은 박 시장과의 문답.

-- 민선·관선을 통틀어 '최장수 서울시장' 임기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2011년 취임한 이래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 하나와 가장 아쉬운, 혹은 아픈 일 하나를 꼽는다면.
▲ 지난 6년 2개월은 서울시정의 역사적 대 전환기였다. 과거 성장주의 시대의 패러다임이 이제는 '지속 가능함'과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토건 사업을 가능한 줄여 채무를 8조5천억원 줄이고, 그 대신 복지 예산을 취임 당시 4조원에서 내년도 10조원 정도로 늘린 것이 사람 중심의 패러다임이다. '노동존중특별시'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수많은 인간 중심적 정책을 펼치려 했다. 경제나 삶의 질도 다 사람이 중심이 되도록 초점을 맞췄다.
그 와중에 뼈아팠던 일은 과거 신자유주의적인 효율성 중심의 정책인 외주화가 존속돼 나타난 구의역 사고였다. '사람특별시'로 가는 과도기적 상황에서 발생한 비극이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내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4차례 지하철 안전대책을 발표하며 노력을 기울였다. 우리가 새롭게 다시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
-- 지난 6년여간 서울을 둘러싼 환경이 많이 변했다. 내년 서울의 최대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 내년 도전과제는 우리 사회를 '각자도생 사회'에서 '공동체 중심의 사회'로 바꾸는 것이다. 우리가 더 의지할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을 만드는 일로, 그것이 고령화 시대나 저출산 시대의 과제를 해결하는 길이기도 하다. 결국, 절박한 시민 삶의 문제를 해결하고 서울의 글로벌 경쟁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드는 일이 최대 과제다. 보육을 완전히 국가가 책임지고 주택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서울시는 청년수당과 2030 역세권 청년 주택 등을 통해 시민 삶과 직결된 청년의 주거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 도시의 생산적인 일자리를 늘리고 저출산 문제 해결에도 나서고 있다. 특히 신혼부부 주거 문제를 고민 많이 하고 있는데, 내년 초 정리가 되면 발표할 수 있을 것이다.
-- 도시재생을 통한 서울의 변화를 강조해왔다. 내년 역점 사업은 무엇인가.
▲ 새해에는 본격적으로 중앙정부와 발을 맞춰 '서울형 도시재생' 모델을 도심에서 주거지, 역사문화명소까지 확장하는 원년으로 만들어갈 것이다. 광화문광장, 영등포, 용산전자상가 등 새 활력을 불어넣을 도심 재생이 시동을 건다. 또 해방촌이나 가리봉 등 서울형 주거재생 모델이 속속 완성된다. 정동, 남산 예장자락, 노들섬 특화공원 등 역사가 살아있는 명소가 내년 말부터 단계적으로 준공될 것이다.
-- 강남 부동산 시장 과열 논란 속에 정부의 내년 도시재생 뉴딜 사업 대상에서 서울시가 빠졌다.
▲ 국토교통부에는 '서울 전역에서 도시재생 사업을 펼치면 부동산 가격은 오히려 안정된다'는 서울시 의견을 전달했다. 도시가 불균형적으로 발전하다 보니 주로 투기가 강남에서 이뤄지지 않는가. 그런데 도시재생은 주로 강북에서 이뤄진다. 노후화된 지역을 도시재생을 통해 전반적으로 개선하고, 삶의 질을 높이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발전이 골고루 퍼지기 때문에 투기가 상대적으로 덜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가 도시재생 뉴딜 사업 대상에서 배제된 것은 안타깝지만, 이번에 국토부와 함께하는 핵심 정책협의 TF가 발족한 만큼, 협의를 계속해 갈 것이다. 기존에 선정된 서울시 도시재생사업은 뉴딜 사업 제외와 상관없이 계획대로 차질없이 추진할 예정이다.
부동산 시장은 수요-공급의 경제 원리가 민감하게 작동하는 분야다. 다품종 맞춤형 임대주택 14만 호를 공급해 '서민 주거안정'을 도모하고 강남 등에 집중된 부동산 수요를 분산하는 노력을 병행해 나갈 것이다.

-- 내년 봄에도 미세먼지 문제 해결이 큰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어떤 대책을 계획하고 있는가.
▲ 미세먼지 대책은 그 원인이 워낙 다양해서 일종의 '종합 예술'이다. 지역별·배출원별 요인에 따라 맞춤형 대책과 국내·외 조치를 다각도로 병행할 것이다. 특히 올해 시민들과 함께 마련한 '서울형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하는 등 10대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해나가겠다. 국내에서는 노후 경유차 운행 제한 등 공격적인 미세먼지 대책을 본격적으로 가동해나가겠다. 또 50% 이상이 대륙에서 날아오는 먼지인 만큼, 외교적 노력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미세먼지를 '호흡공동체'인 동아시아의 공동체 과제로 규정하고, 베이징·도쿄·울란바토르 등과 '환경 도시외교'를 통해 해법을 찾아갈 것이다. 사드 여파로 한·중 관계가 경색 국면에 들어갔을 때도 대기 질 관련 논의는 지속했다. 지난해 6월 서울과 베이징에서 '대기 질 개선 국제포럼'을 열었는데, 내년에도 열 계획이다.
-- 얼마 전 '태양의 도시, 서울'을 선언했다. 태양광 보급 확대로 탈(脫) 원전에 힘을 싣겠다는 의지가 실린 정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이제는 신재생에너지로의 혁명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서울시는 이미 시민의 활발한 참여를 바탕으로 원전 2기분의 에너지를 생산하거나 절감한 경험이 있다. 태양광 1GW라는 목표는 서울시 면적 605㎢의 1.5%, 서울시 건물 면적의 10%만 이용하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목표다. 서울에서 100만 가구의 베란다나 옥상의 태양광을 설치하기로 했는데, 전국에서 이런 식으로 동참하면 원전 14기만큼의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 이로써 전국 원전 24기의 기능을 정지시키거나 수명이 다하면 없애도 아무 문제가 없게 된다. 지금까지 약 300만 명이 참여했는데 이런 노력을 지속하면 서울과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은 확실히 성공할 수 있다.
-- 내년 말에 2019년 신년인터뷰를 '박원순 서울시장'과 할 수 있을까. 여러 자리에서 3선 도전 의지를 간접적으로만 밝혀왔다.
▲ 정치가 민심을 잘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본다. 시민들은 자기 삶의 질이 더 절박하지, 누가 시장이 되느냐, 누가 선거에 나오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모두가 먹고사는 문제로 여전히 고통받는 상황에서 (남은) 6개월은 나에게도, 시민에게도 짧은 시간이 아니다. 그 기간에 좀 더 민생문제와 먹고사는 문제에 천착하기를 민심은 바라고 있다고 본다. 물론, 차기 서울시장 선거는 중요한 일이지만 지방선거까지 아직 6개월이 넘게 남아있는 상황이다. 현직 서울시장이 정치일정을 언급하면 시 내부가 조기에 선거 분위기에 휩쓸릴 수 있어 조심스럽다. 시민과 서울의 미래, 새 정부의 성공을 위해 내가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을 굳혀가고 있는 만큼, 적절한 시기에 내 뜻을 공식적으로 밝힐 생각이다. 결심을 굳혀가는 단계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 사실 6개월이면 임기 4년 가운데 8분의 1이다. 너무 소중한 시간인 만큼, 일에 몰두하는 게 훨씬 중요하지 않나. 실제로 여전히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 (웃음)
ts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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