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요즘 유소년 사이에서도 포수 기피 현상이 많습니다. 야수 하다가 안 되면 포수 하는 선수가 많아진 상황을 보고 충격받았습니다."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있는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는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프로야구에서 화끈한 공격형 포수로 한 시대를 풍미한 이만수(59) 전 SK 와이번스 감독의 이름을 딴 '이만수 포수상' 제1회 시상식이 개최됐다.
청주 세광고의 포수 김형준과 경남고 내야수 한동희가 각각 첫 '이만수 포수상', 특별부문 홈런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김형준과 한동희는 내년에 각각 NC 다이노스,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는다.
이 전 감독은 인사말에서 '이만수 포수상'을 제정한 배경을 전했다.
2014시즌을 끝으로 SK 와이번스 감독에서 물러난 뒤 전국 중·고교와 라오스 등에서 야구 재능 기부 활동을 펼치는 이 전 감독은 "포수 기피 현상을 보고 충격받았다"고 밝혔다.
"대형 포수가 나오려면 10년 이상 꾸준히 해야 하는데, 요즘에는 야수를 하다가 포수를 1, 2년만 하고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어린 시절부터 포수를 전문적으로 하는 선수가 많아야 합니다. 한국 야구를 이끌어갈 대형 포수를 만들기 위해 이번 상을 제정했습니다."
공식 행사 후 취재진과 따로 만난 이 전 감독은 포수 기피 현상에 대한 안타까움을 계속해서 피력했다.
그는 "요즘 중·고교 선수들을 만나보면, 피부 관리를 위해 선크림을 바를 정도로 자신이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선호하더라"며 "포수는 (마스크에) 가려져 있어서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린 선수들은 자신의 포지션을 정할 때 아무래도 부모님의 의견을 많이 듣게 된다. 부모들이 '포수는 부상이 많은 포지션'이라고 잘못 알고 있는 게 큰 문제라고 이 전 감독은 지적했다.
그는 "포수가 공에 맞아서 아파하는 모습을 자주 보셔서 그렇게 생각하시는데, 장비를 착용한 상태에서 맞기 때문에 크게 다치지 않는다"며 "사실은 야수보다 부상이 적어서 오히려 야구를 더 오래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방마님'으로서 야구를 보는 큰 눈을 키울 수 있는 것도 포수의 매력이다.
이 전 감독은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프로야구를 봐도 포수 출신 감독이 가장 많다"며 "이렇게 자기 플레이를 넘어 야구 전체를 보는 것이 얼마나 큰 매력이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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