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 한국 첫 메달리스트…대한체육회 '김 과장'으로 평창 준비
![](https://img.yonhapnews.co.kr/etc/inner/KR/2017/12/22/AKR20171222130000007_01_i.jpg)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1992년 알베르빌동계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단은 동계올림픽 사상 첫 메달의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그 전까지 10번의 동계올림픽에 참가해서 동메달 하나 건지지 못했으나 우리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낸 쇼트트랙이 알베르빌 대회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기 때문이다.
첫 메달 소식을 기다리며 선수단 관계자와 취재진이 쇼트트랙 경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그때 예상치 못한 곳에서 첫 메달이 나왔다.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천m에 출전한 김윤만(44)이 별다른 응원과 관심도 받지 못한 채 역주를 펼쳐 은메달을 거머쥔 것이다. 그것도 1위와 불과 0.01초 차이였다.
며칠 후 쇼트트랙에서 기대대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를 추가했지만 한국 첫 동계올림픽 메달리스트의 영광은 김윤만의 차지가 됐다.
지난 22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만난 김윤만은 당시를 회고하며 "19살이었고, 세계 정상급 기량이 아니어서 전혀 메달 기대 없이 즐길 생각이었다"며 "전광판에 '2위'라는 표시를 보고 '이게 뭐지' 멍했다"고 전했다.
그렇게 전설이 된 김윤만은 두 번의 올림픽을 더 치르고 지도자와 해설가로도 활동하다 스포츠 행정가로 변신해 지난 2008년 대한체육회에 신입사원 공채를 통해 입사했다. 이제 선수가 아닌 경기운영부 '김 과장'으로서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있다.
지난 3월부터 11월까지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에 파견 가서 빙상베뉴운영부장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김윤만은 "내가 준비했던 빙상 종목 경기장의 공사가 완료되고 준비가 다 된 모습을 보면 감회가 새롭고 흐뭇하다"고 말했다.
그는 올림픽 기간 휴가를 내고 평창을 찾아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 경기장에서 후배들도 응원하고, 초등학교 6학년 딸이 보고 싶어하는 스키점프도 관람할 계획이다.
![](http://img.yonhapnews.co.kr/photo/old/data6/orign_img/2006/08/30/_04/2060830q3031029_P2.jpg)
김윤만의 예상 밖 메달 이후에도 한동안 올림픽 메달과 인연이 없던 스피드스케이팅은 2006년 토리노 대회 이강석의 동메달 이후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 이상화와 이승훈, 모태범이 모두 금메달을 거머쥐며 단숨에 빙속 강국이 됐다.
평창에서도 메달에 도전하는 이들 선수에 대해 김윤만은 선배로서 따뜻한 응원을 건넸다.
"저도 선수 때 월드컵 초반엔 일본 선수에 뒤지다가 기록 차를 점차 줄여나가 파이널에서 뒤집은 경험이 있어요. 이상화 선수도 고다이라 나오와의 간격을 단축하고 있어서 고다이라는 심리적으로 불안할 거예요. 국내에서 열리는 평창올림픽에선 이상화가 유리할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이승훈과 모태범 선수도 올림픽을 연속으로 나가서 메달에 도전한다는 것이 존경스럽고 저 자신을 반성하게 합니다."
이날 김윤만은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미리 만나는 2018 평창' 박람회에서 스케이트 강사로 변신했다.
일반인 학생들에게 차근차근 스케이팅 기초를 알려주고, 강습 말미에는 평창올림픽과 빙상 종목에 대한 관심도 당부했다.
직장생활 하느라 바빠 4년 만에 처음 스케이트를 신었다는 김윤만은 "1시간 동안 왔다 갔다 했더니 다리가 뻐근하더라"고 했다.
베테랑 체육 행정가이지만 지도자에 대한 의지도 여전히 있다.
김윤만은 "북한 쪽에서 지도자 생활을 해보고 싶다"며 "선수 시절 유럽 대회에서 만난 북한 형들도 보고 싶고, 스포츠를 통한 남북 교류에도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때를 위해 몸을 계속 만들어야겠다"고 웃었다.
![](http://img.yonhapnews.co.kr/photo/yna/YH/2017/12/22/PYH2017122217060000700_P2.jpg)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