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대법원으로부터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2015년 7월 불구속 기소된 뒤 2년 5개월 만이다. 재판부는 상고심에서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력을 가져야 한다"면서 "제출된 증거들로는 공소사실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20011년 한국당 전신인 한나라당의 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성 전 회장의 측근 A 씨로부터 1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자원외교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성 전 회장은 2015년 4월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홍준표 1억' 등이 적힌 메모와 육성녹음,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를 남겼다. 1심은 홍 대표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과 함께 추징금 1억 원을 선고했다. 반면 항소심인 재판부는 홍 대표에게 뇌물을 줬다고 주장하는 A 씨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며 홍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이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이 2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홍 대표의 무죄를 확정한 것이다. 성완종 리스트에 휘말린 이완구 전 총리도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홍 대표는 대법원의 확정판결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2년 8개월 동안 어처구니없는 사건에 휘말려 폐목강심(閉目降心·눈을 감고 마음을 가라앉힌다는 뜻)의 세월을 보냈다"며 "누명을 벗게 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저를 둘러싼 음해와 질곡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이제 한국 보수우파를 중심으로 이 나라 자유대한민국을 지키는 데 전력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홍 대표는 성완종 리스트 사건 수사 과정에서 일부 검사들에 의한 증거조작이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증거를 조작한 검사들에 대해서는 응분의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대법원의 무죄 확정판결에 따라 '비리 정치인'이라는 오명을 벗게 됐다. 홍 대표는 지난 2월 2심 재판부로부터 무죄를 선고받고 당내 경선을 거쳐 19대 대선에 출마했지만 선거 기간 내내 '뇌물 재판 중'이라는 족쇄를 차고 있어야 했다. 대선 패배 후 '7·3 전당대회'를 통해 당 대표로 선출된 이후에도 아직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지 않았다는 꼬리표가 따라 다녔다. 이제 성완종 리스트라는 질곡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향후 홍 대표의 정치 행보에 탄력이 붙을 것이다. 무엇보다 홍 대표의 당 장악력이 강화되고, 한국당은 빠른 속도로 '친홍체제'로 재편될 것 같다. 홍 대표는 강화된 당내 입지를 바탕으로 문재인 정부와 집권 여당에 대한 견제와 투쟁 강도를 높여 나갈 가능성이 크다.
한국당과 홍 대표는 그동안 수차례 환골탈태하겠다고 했지만, 약속을 제대로 지켰는지 의구심이 든다. 국회 인사청문회나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는 제1야당의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발목 잡기'에 급급해 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 특히 홍 대표는 수차례 막말 논란에 휩싸이는 등 제1야당 대표로서 품격있는 언행을 보여주지 못한 측면이 있다. 현재 한국당의 지지율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제 홍 대표는 115석의 의석을 가진 제1야당 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정부 여당의 국정운영에 협조할 것은 과감하게 협조하되, 잘못한 점이 있으면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면서 수권정당으로서의 면모를 갖춰나가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정책을 개발하고 새로운 인물을 수혈해 당의 체질도 바꿔야 한다. 이것이 위기에 처한 보수정당, 한국당을 살리는 길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한국당의 미래도, 홍 대표의 미래도 없다. 진실로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내년 6·13 지방선거도 해보나 마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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