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일일이 만나 손잡고 등 두드리며 "황망한 일" 위로
유족들 "억울한 사연 없게 힘써달라"…일부 유족 격앙돼 고성도
민방위복 입고 사고 현장 들러서 수습 상황 보고받아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전날 충북 제천 화소동 스포츠센터에서 일어난 화재 사고로 숨진 피해자들의 가족을 만나 위로의 말을 건넸다.
이날 공식 일정이 없었던 문 대통령은 오전 현안점검회의에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들로부터 29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피해가 크다는 보고를 받고 오후에 제천을 들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희생자들의 시신이 안치된 제천서울병원으로 향해 현장에 있던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이시종 충북지사, 이근규 제천시장 등과 함께 유가족들을 직접 만났다.
문 대통령이 빈소에 도착해 손을 잡고 등을 다독이면서 슬픔에 빠진 유족들을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용접할 때 일당 10만원짜리 안전사만 뒀어도 이런 사고는 안 났을 것이다'라는 한 유족의 말에 "안전 관리하는 사람만 있었어도 됐다는 말이죠"라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어머니를 잃은 아들을 만난 문 대통령은 그의 손을 잡고는 "황망한 일이 벌어졌다"면서 "기운 내십시오"라고 말했다.
한 유족으로부터 '(사망한) 언니가 평창올림픽이 잘 돼야 대통령도 잘 된다고 한 열혈 지지자였다'는 말을 듣자 문 대통령은 침통한 표정으로 손을 잡고 격려의 말을 건넸다.
문 대통령은 자신이 도착한 것을 안 유가족들이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일어나실 필요 없습니다. 앉아계십시오"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억울한 사연이 없게 힘써달라' 등의 요구사항을 들은 문 대통령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뭐가 문제라고 생각하는지 충분히 이해한다"고 대답했다.
문 대통령의 방문에 감정적으로 격앙돼 있던 일부 유족은 고성으로 항의하기도 했다.
한 여성은 문 대통령을 붙잡고 "사람이 죽었습니다"라며 오열했고 다른 유가족은 "수사 어떻게 되어가나요, 결과 좀 알려주세요"라고 소리쳤다.
다른 유가족은 "'사람이 먼저다'라고 하셨는데 이번에 사람이고 뭐고 없었다"며 "화재가 났으면 구조를 해줘야죠"라고 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제천서울병원을 떠나 다른 희생자들이 안치된 세 곳의 장례식장을 더 방문해 유족들을 위로했다.
제천서울병원 방문에 앞서 문 대통령은 직접 사고현장에 들르기도 했다.
민방위복과 등산화를 착용한 문 대통령은 오후 2시께 사고현장 근처에 도착해 유리 파편이 널린 길을 걸어서 화재가 났던 곳으로 향했다.
문 대통령은 이상민 제천시 소방서장 겸 현장 통제반장으로부터 사고현황을 보고받았다.
보고를 들은 문 대통령은 건물 정문 방향으로 향해 전소된 차량들이 있는 1층 내부에서 작업 중인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관계자들과 악수하고 이들을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건물 맞은편 공터에 제천소방서 긴급구조 통제단과 현장지휘소 등이 있는 텐트로 이동해 소방관들을 만났다. 문 대통령은 악수하면서 "고생 많으십니다"라는 말을 건네기도 했다.
자원봉사자들과 밥차 봉사대가 있는 곳도 들러서 "고생하십니다"라고 인사했다.
문 대통령은 현장 관계자에게 "부상자 상태는 어떻습니까", "돌아가신 분들 장례 절차는 어떻게 하기로 했습니까"라고 물으면서 각별히 사고 수습상황을 챙겼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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