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권정생(1937∼2007) 작가의 단편 동화 '해룡이'가 그림책으로 만들어졌다.
'해룡이'는 1978년에 출간된 동화집 '사과나무밭 달님'에 수록돼 널리 읽혀온 동화로, 이번에 40년 만에 한 편의 독립된 그림책으로 독자들을 만나게 됐다. 화가 김세현이 그림을 맡아 50점의 그림을 넣었다.
이 동화는 비극적인 이야기 속에 가족 간의 사랑과 숭고한 희생을 그린 작품이다.
일곱 살 때 전염병으로 가족을 모두 잃고 고아가 돼 남의 집에서 머슴살이하며 지내던 해룡이는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부지런하고 건강한 청년으로 자라난다. 스물두 살 되던 해에 비슷한 처지의 처녀 소근네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삼 남매를 낳아 단란한 가정을 꾸린다.
그렇게 행복하던 해룡이가 어느 날 한센병에 걸린다. 얼굴이 변해 가고 살갑던 이웃들이 자기를 피하는 것을 보면서 그는 가족을 떠나기로 한다. 해룡이가 집을 나가면서 잠든 아이들의 얼굴이며 손목을 쓰다듬고 꼭꼭 쥐어 보는 모습, 십 년이 흐른 뒤 거지 행색으로 돌아와 돈다발이 든 주머니를 놓고 소리 없이 떠나는 모습은 절절한 슬픔을 남긴다.
김세현 화백은 해룡이의 전통적이고 따뜻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먹, 숯, 황토, 조개껍데기를 갈아 만든 호분 등 자연의 재료만으로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특히 황토는 권정생 작가가 살던 안동에서 구해온 것이다. 숯으로 그린 밑그림, 황토가 흘러내린 자국, 물을 먹어 운 종이 느낌이 책으로 인쇄됐음에도 그대로 남아있다.
이 책에는 NFC(Near Field Communication: 근거리 무선 통신) 태그가 부착돼 스마트폰의 NFC 기능을 켜고 책에 올려놓으면 오디오북을 즐길 수 있다. 김세현 화백이 직접 동화를 낭송했다.
창비가 내는 '권정생 문학 그림책' 시리즈 네 번째 책이다.
104쪽. 1만7천 원.
min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