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연말 극장가에선 한국영화 '빅 3'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들도 뜨거운 경쟁을 펼친다. 크리스마스 연휴를 포함해 겨울방학이 새해까지 이어지는 연중 최고 성수기다. 애니메이션 강국인 일본과 미국은 물론 한국 토종 애니까지 차례로 선보여 다양한 연령대 관객들을 즐겁게 해줄 전망이다.
◇ 20년 전 느낌 그대로 '포켓몬스터'
21일 개봉한 '극장판 포켓몬스터 너로 정했다!'는 늦잠을 잔 지우가 헐레벌떡 일어나며 시작한다. 세계 제일의 포켓몬 마스터가 꿈인 지우는 이날 오박사에게서 파트너 포켓몬을 받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늦잠을 자는 바람에 마지막으로 남은 포켓몬 피카츄와 파트너가 된다.
1997년부터 시리즈를 이끌어온 두 캐릭터의 풋풋한 첫 만남이다. 피카츄의 낯 가림 때문에 처음엔 어색하다. 그러나 지우의 진심 어린 노력에 피카츄의 마음이 조금씩 열린다. 극장판 20주년 기념작답게, 포켓몬과 함께 자란 성인 팬들을 추억에 빠뜨린다.
영화는 지우와 피카츄가 우연히 본 전설의 포켓몬 칠색조를 찾아 떠나는 모험담이다. 둘의 여정에는 포켓몬 박사를 꿈꾸는 소년 민준과 파트너 포켓몬 루카리오, 당차고 강인한 소녀 다연과 파트너 팽도리가 함께 한다. 약한 포켓몬은 가차 없이 버리는 냉정한 성격의 소년 크로스가 지우에게 도전장을 내밀며 이야기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 픽사의 야심작 '코코'…따뜻한 메시지 '페르디난드'
지난달 북미에서 먼저 개봉한 픽사 스튜디오의 '코코'는 다음달 11일 한국에 상륙한다. 북미에서 3주간 박스오피스 선두를 지켰고 작품의 배경이 된 멕시코에선 역대 박스오피스 1위를 갈아치운 픽사의 야심작이다.
'코코'는 망자들이 잠시 돌아온다는 멕시코의 전통 명절 '죽은 자의 날'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소년 미구엘은 뮤지션을 꿈꾸지만 그의 가족은 음악 자체를 금지한다. 우연히 죽은 자들의 세상에 들어간 미구엘은 존경하던 뮤지션 에르네스토, 의문의 사나이 헥토를 만나 모험을 시작한다.
화면에 그려지는 저승은 현실과 환상이 조화된 공간이다. 죽은 자들은 대도시와 닮은 저승에서 파티와 공연을 시끌벅적하게 즐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이승의 후손들이 자신을 잊지 않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숨겨져 있다.
저승에서 자신의 가족사와 음악이 금지된 이유를 알게 된 미구엘은 이렇게 말한다. "용서는 못 하더라도 잊어서는 안되잖아요." 영화는 전통과 기억이라는 소재를 통해 가족 공동체의 소중함을 상기시킨다. 기술력이 만들어낸 화려한 볼거리와 색다른 느낌의 멕시코 전통음악이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코코'보다 앞서 다음달 3일 개봉하는 '페르디난드'는 '아이스 에이지' 시리즈 제작사인 블루 스카이 스튜디오 작품이다. 거대한 몸집의 소 페르디난드가 사람들의 오해로 소 싸움장에 끌려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그렸다.
페르디난드는 몸집 때문에 괴물 취급을 받는다. 하지만 마음 속으로는 꽃 향기와 소녀 니나를 사랑하는 여리고 감성적인 소다. 고전 동화를 원작으로 한 만큼 스토리가 탄탄하고 메시지도 뚜렷하다. 겉모습만으로 남을 쉽게 판단하지 말고 내면을 보는 게 중요하다는 교훈이다.
◇ 토종 애니의 자존심 '뽀로로'
올해로 캐릭터 탄생 15주년을 맞은 뽀로로는 방대해진 스케일과 중독성 강한 음악으로 영유아 관객들을 자리에 붙들어 놓는다. '뽀로로 극장판 공룡섬 대모험'은 공룡 사냥꾼에게 잡혀간 크롱과 꼬마 공룡 알로를 구하기 위해 뽀로로와 친구들이 공룡섬으로 떠나는 이야기.
크롱과 알로를 데리고 간 비행선을 쫓던 뽀로로와 친구들은 공룡섬에 도착해 공룡 사냥꾼 'Mr. Y'와 마주한다. 공룡들을 납치해 외계인에게 팔아넘기는 악당이다. 메인 주제곡 '친구를 찾아서'는 뽀로로가 친구들을 위한 여정을 신나고 용감하게 떠나는 장면에 쓰인다. 뽀로로 시리즈의 대표곡 '바라밤'은 엔딩 장면에 나온다.
뽀로로의 네 번째 극장판인 '공룡섬 대모험'은 100만 관객 돌파를 넘보고 있다. 개봉일인 지난 7일부터 21일까지 보름 동안 누적 관객수가 58만8천명이다. 2012년 개봉한 첫 극장판 '슈퍼썰매 대모험'(93만명) 이후 최고 성적이다. 배급사 관계자는 "재작년 '컴퓨터 왕국 대모험' 이후 2년 만에 나온 극장판이라 어린이 관객들의 성원이 더욱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세 나라 애니메이션들 중에선 '뽀로로 극장판 공룡섬 대모험'의 타깃 연령층이 가장 낮다. 4∼6세 아이들이 주 관객이다. '코코'는 다른 픽사 애니메이션들과 마찬가지로 성인 관객까지 염두에 두고 제작됐다.
영화계 관계자는 "'포켓몬스터'는 모험적인 설정과 상황이 많은 반면 '페르디난드'는 꽃과 동물 같은 아기자기한 요소가 들어있어 어린이 관객 취향에 맞춰 관람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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