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유리 왜 안깼나"vs"불길 거셌다" 초기 대응 논란

입력 2017-12-22 21:03   수정 2017-12-22 21:33

"통유리 왜 안깼나"vs"불길 거셌다" 초기 대응 논란
유족 "적극적 구조 나섰다면 거의 다 살았을 것" 분노
소방당국 "길 막혔고 화염 거세 접근도 어려웠다" 해명

(제천=연합뉴스) 변우열 기자 = 21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의 참사 희생자 유족들이 소방당국의 초기 대응 부실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서 사태 수습이 적절한 지를 두고 논란을 빚고 있다.


소방당국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어서 불가항력적이었다는 입장이지만 2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참사에 분노하는 유족들을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화재 발생과 제천소방서 출동 초기 상황을 시간대별로 재구성해 보면 이렇다.
21일 오후 3시 53분 상황을 접수한 제천소방서는 4시께 현장에 도착했고, 20분 뒤 연기 흡입자 3명을 병원으로 이송했다.
4시 30분께 중앙119구조본부 등의 헬기 3대가 출동했고, 4시 37분께 제천소방서는 연기 흡입자 1명을 추가로 병원으로 이송했다. 4분 뒤인 4시 41분에는 3층에서 제천소방서가 설치한 매트리스로 뛰어내렸다.
이런 상황을 평면적으로만 보면 소방당국이 출동해 1시간 동안 연기 흡입자 4명만 구조한 셈이다.
이후 5시 17분께 2층에서 사망자 1명이 처음 발견된 것을 시작으로 시차를 두고 건물 내에서 모두 29명의 사망자가 확인됐다.


유족들은 이 과정에서 소방당국이 희생자가 많았던 2층 사우나의 통유리를 깨는 등 적극적인 구조에 나섰다면 더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족들은 22일 시신이 안치된 병원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원망과 질책을 쏟아냈다.
한 유족은 "여자들이 모여있던 2층 사우나 통유리만 먼저 깨줬으면 거의 다 살았을 것"이라며 "오후 4시 7분에만 유리창을 깼어도, 10∼20분 전에만 깼더라도 장모님이 살아계셨을 것"이라고 눈물을 쏟았다.
그는 "소방관들이 무전기만 들고 난리였지 이삿짐 차량 한 대만 왔다 갔다 하며 허둥댔다"며 "소방 매뉴얼을 따르지 않아 피해가 컸던 이번 화재는 명백한 인재"라고 진상 조사를 요구했다.
또 다른 유족은 "최초 발화 시점이 어제 오후 3시 53분인데 (소방서가) 우리 집에 연락한 게 5시가 넘어서였다"며 "구조나 연락이 지연된 원인을 철저하게 밝혀달라"고 당부했다.



소방당국은 늑장 대응과 초동 대처 미흡이라는 유족들의 비판에 적극 해명하고 나섰다.
이일 충북도소방본부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초기 현장 상황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일부러 (건물) 유리창 깨는 것을 늦춘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소방본부장은 "인근에 설치된 CCTV에 오후 3시 54분 후에 스포츠타운 1층 주차장 천장에서 불꽃이 떨어진 뒤 채 1분도 안 돼 순식간에 번졌다"며 "유독가스도 대량 분출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건물 주변에 불법 주차 차량까지 있어 굴절 사다리차 접근도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이 소방본부장은 "주차장에 있는 15대의 차량에 옮겨붙은 뒤 (현장 주변의) 불길이 거셌다"며 "인근 LPG 탱크 폭발 방지를 위해 그쪽 화재 진화를 먼저 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일부 소방관계자들은 유리창을 깨는데 신중했던 것이 불가피했다는 입장도 밝혔다.
건물 내에서 불이 났는데 갑자기 산소가 유입되면 불길이 번지거나 폭발이 일어나는 '백 드래프트 현상'이 발생해 오히려 화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양측의 엇갈린 주장은 참사가 커진 이유로 꼽히는 소방차 진입을 막은 불법 주차, 2층 사우나의 출입문 고장 가능성과 비상계단 폐쇄, 불쏘시개 역할을 한 드라이비트, 스프링클러 미작동 등과 맞물려 인재(人災) 논란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족들의 항의를 받은 김부겸 장관은 "초반 우왕좌왕했다는 부분을 들었다. 감식 내용이 나오는 대로 조사할 것은 조사하고, 수사할 것은 수사하겠다"고 말해 정부 차원의 조사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bw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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