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화재 건물 소유주 등 직원들은 모두 무사히 탈출

입력 2017-12-22 22:18  

제천 화재 건물 소유주 등 직원들은 모두 무사히 탈출
사망자 29명 모두 시설 이용객…소유주 "女사우나만 못 알려"
남자 목욕탕 이발사, 손님 탈출 도와…일부 직원은 홀로 대피

(제천=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29명의 사망자를 낸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당시 건물 소유주를 비롯한 시설 직원들은 모두 무사히 탈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황한 손님들이 제때 대피할 수 있도록 유도한 직원도 있었지만 일부는 홀로 건물을 빠져나와 목숨을 건졌다.

22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21일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숨진 29명은 모두 사우나와 헬스장 등 이 건물 위락시설 이용객이었다.
화재 발생 당시 스포츠센터 안에는 건물 소유주 이모(53)씨와 직원 7명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씨가 소방당국에 진술한 내용을 종합하면 그는 1층 주차장에서 불이 나자 홀로 소화전을 들고 진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거세진 불길에 결국 진화를 포기하고 8층까지 올라가며 대피하라고 소리친 뒤 다시 내려오다 검은 연기에 더 나아가지 못하고 7층 발코니로 대피했다.
이후 그는 헬스장 직원 등과 구조돼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이씨는 그러나 1층 발화 지점과 가까워 피해가 가장 컸던 2층 여성 사우나 이용객에는 화재 사실을 알리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알몸의 여성들이 있을 것을 우려해 문밖에서 대비하라는 소리만 질렀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1층 안내 데스크에 있던 여성 직원 한 명은 불이 나자 서둘러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2층 여성 목욕탕에서 손님들과 함께 있던 세신사 1명 역시 무사히 건물을 빠져나왔다. 그는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건물 구조를 잘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화재가 난 사실을 제때 알 수 없었던 2층 여성 목욕탕에 있던 20명은 미처 탈출하지 못한 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다른 층에 있던 일부 직원들도 이씨가 경매를 통해 건물을 인수한 뒤 지나 10월 영업을 재개하며 새로 채용돼 건물에 남아 있던 사람들의 대피를 돕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남성 사우나가 있는 3층에서는 단 한 명의 사망자도 없었다.
이곳에서 오랜 기간 일한 이발사 김종수(64)씨의 역할이 컸다.
그는 화재 비상벨이 울리고 창밖에서 불길과 연기가 치솟자 함께 있던 손님 10여명을 안전하게 유도, 비상계단을 통해 탈출했다.
김씨는 혹시 대피를 못 한 손님이 있을까 봐 3층에서 5분가량 더 머물다 연기를 흡입, 건물을 빠져나온 뒤 병원 신세를 졌다.
건물 소유주 이씨는 탈출 과정에서 가벼운 부상을 입어 현재 병원에 입원 치료 중이다.
경찰은 이번 화재가 대규모 인명 피해를 낸 참사라는 점에서 오는 23일 이 건물 소방안전관리인인 등록돼 있는 이씨를 상대로 안전관리 의무를 다했는지 조사할 예정이다.
지난 21일 오후 3시 53분께 이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29명이 숨지고, 36명이 다쳤다.
2008년 경기도 이천 냉동창고(40명 사망) 화재 이후 9년 만에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화재 참사다.
jeon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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