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나래 "10년 무명 끝 찾아온 인기…꿈일까 걱정"

입력 2017-12-24 09:00   수정 2017-12-24 22:30

박나래 "10년 무명 끝 찾아온 인기…꿈일까 걱정"
'나혼자산다' '코빅' 등 고정 프로 6개…"너무 얼떨떨하고 감사"
에세이 '웰컴 나래바'도 출간…"8개월간 틈틈이 작업"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문득 지금 제 상황이 '트루먼쇼' 같을 때가 있어요. 이게 다 가짜인 건 아닐까? 꿈은 아니지? 라며 스스로에게 물어보곤 해요. 너무 얼떨떨하고 너무너무 감사하죠."
'대세' 개그우먼 박나래(32)와의 인터뷰는 결국 22일 전화로 이뤄졌다. 그가 너무 바빠서 도저히 만날 시간이 되지 않았다. 인터뷰도 스케줄 중간 이동하는 저녁 시간에 간신히 이뤄졌다. 그는 "너무 죄송하다"고 했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요청했던 인터뷰가 성사되니 '감지덕지'였다.
고정 프로그램만 6개다. 그는 스스로도 이런 상황이 믿기지 않는지 '트루먼쇼' 이야기를 했다. '트루먼쇼'는 1998년 짐 캐리가 주연을 맡은 블랙 코미디 영화다. 완벽한 삶을 사는 줄 알았던 주인공이 사실은 완벽히 꾸며지고 통제된 가짜 삶을 살고 있었다는 얘기다.
박나래는 현재 MBC TV '나혼자 산다', tvN '코미디 빅리그'와 '짠내투어', JTBC '슈가맨2', MBC에브리원 '비디오스타', SBS모비딕 '박나래의 복붙쇼'에 출연하고 있다.




"불과 2년이에요. 2015년 9월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이후로 제 삶이 바뀌었어요. 10년 무명이었다가 갑자기 달라진 거죠. 그런데 더 신기한 것은 2015년보다 2016년이, 2016년보다 2017년이 더 좋아졌다는 거예요. 너무너무 감사하죠.(그는 이 말을 여러 번 했다)"
그는 "주변에서 '너는 왜 안 지치느냐'고 하는데, 10년 놀았으니 에너지가 많이 축적돼 있다"며 웃었다.
"2006년 KBS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지만 2005년부터 개그를 했으니 10년간 무명이었어요. 하지만 무명이라고 아무것도 안 하는 거는 아니죠. 제가 성격상 가만히 있지 못하기도 하고요. 그 시절 디제잉, 일본어, 요리 등 이것저것 배웠는데 그런 것들이 방송에 출연하면서 하나둘씩 써먹게 되더라고요. 저를 아는 사람들은 '나래는 진짜 안 변하는 것 같아'라고 해요. 제가 지금 보여드리는 것들은 모두 예전부터 꾸준히 하던 거예요. 세상에 알려지고 나서 갑자기 하게 된 것들이 아니에요."
148cm의 작은 체구지만 그는 에너자이저이자 멀티플레이어다. 관찰 예능 '나혼자 산다'를 잠깐만 지켜봐도 박나래가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가지 일을 해치운다는 사실을 목격할 수 있다.
"제 장점이자 단점이 빨리 까먹는 거예요. 그래서 스트레스 지수가 낮아요. 안 좋은 일을 속에 쌓아두지 않고 그때그때 얘기하고 풀고 넘어가려고 해요. 참는 성격이 아니에요. 그러면서 사람들과 계속 어울리죠. 저는 혼자 밥 먹는 것도, 혼자 술 마시는 것도 싫어해요. 바쁜 와중에도 계속 사람들을 만나 함께 먹고 마시는 가운데 에너지를 얻는 것 같아요."
박나래는 '장금이'이기도 하다. 머리에 헤어롤을 만 채 외모 단장을 하는 와중에 어려운 요리들을 척척 해내는 솜씨가 주부 구단과 다를 바 없다. 그가 만든 음식이 화면에 등장하면 식욕이 절로 돋는다.
"엄마, 할머니가 요리를 다 잘하세요. 맛있는 것을 먹고 자란 사람이 요리도 잘한다고 제가 그래요. 또 엄마랑 할머니가 다 손이 크고 빠르세요. 제가 그걸 닮았죠. 할머니는 김장을 하시면 혼자서 200포기를 하세요. 그런 가정 배경에 더해 제가 틈틈이 요리 프로그램을 보면서 많이 배웠죠."
여러 프로그램을 바쁘게 오가는 생활 속에서 그는 최근 책도 냈다. 에세이 '웰컴 나래바!'다. TV에서 자주 공개된, 박나래가 집 안에 꾸며놓은 '나래바'(Bar)에 관한 에세이다. 그가 지인들과 어울리는 이 공간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단골은 누구이며, 어떤 음식을 먹으며 즐기는지 등이 담겨있다.



여기저기서 찾는 인기 스타가 됐지만, 자기 이름을 내건 책을 낸다는 건 또 다른 의미다. 전라남도 목포에서 개그맨의 꿈을 품고 상경한 후 10년 무명 생활을 거친 박나래가 인기를 얻어 책까지 낸 것이다.
"정말 친한 목포 동창이 인터넷에서 예매해서 제 책을 받아보더니 '내가 박나래가 쓴 책을 읽는 날이 오다니'라며 감격했어요. 기분이 묘해요. 바쁘게 방송 활동을 하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에요. 뿌듯하고 감격스럽죠. 제가 책을 좋아하지만 직접 책을 쓸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이런 날이 오네요."
그는 "8개월간 틈틈이 썼다"며 "B급 감성을 살릴 수 있는 유쾌한 책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정성껏 준비했다"고 말했다.
박나래는 요즘 웹툰 작가 기안84와 자주 입길에 오르내린다. '나혼자 산다'에서 보여주는 묘한 기류가 시청자의 관심을 끌면서 둘을 맺어주려는 부추김이 이어진다.
'기안84와 무슨 관계냐'고 묻자 박나래는 "좋게좋게 좋은 감정을 유지하는 사이"라며 웃었다.
대개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흥행'을 위해 남녀 출연자 사이에 인위적인 '러브 라인'을 만들고 그것을 적극 활용한다. SBS TV '런닝맨'에서 개리와 송지효를 엮었던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박나래는 "'나혼자 산다'에서는 (인위적인 것이) 무섭도록 아무것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비단 기안84뿐 아니라 전현무, 한혜진, 이시언 등이 보여주는 모습은 모두 자연스럽게 나온다는 것이다.
"실제로 저희 팀워크가 너무 좋아요. '케미'(인물 간 화학작용을 뜻하는 신조어)라는 것은 대본으로 만들 수 없잖아요. 우리끼리 너무 친하고 재미있으니 그게 절로 프로그램에 나타나는 거예요. 녹화 외에도 저희끼리 자주 어울리고 단톡방에서도 별 얘기 다 해요."
그런 그에게 힘든 게 있다면 무엇일까.
"성대에 물혹이 생겨서 그것을 제거하는 수술을 두 번이나 받았어요. 병원에서는 저보고 조곤조곤 말하는 습관을 가지라는데 제 성격상 그게 되나요? 조금만 무리해도 목소리가 잘 안 나와서 그게 괴로워요. 더 열심히 하고 싶은데 목소리가 안 따라줄 때 괴롭습니다. 하지만 그것 말고 힘든 건 없어요. 제 30대가 너무 멋지게 시작된 것 같아 감사할 뿐이에요."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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