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업무지시로 극심한 스트레스…자살 충동의 주된 원인"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부하 직원이 동료와 싸우다 사망한 사건을 처리하던 상급자가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자살을 시도한 끝에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면 이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김정중 부장판사)는 회사원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2014년 9월 30일 중국으로 출장을 갔다가 같은 회사 소속 직원인 B씨, C씨 등과 저녁 식사를 하고 숙소로 돌아갔다.
남아있던 B씨와 C씨 등은 노래방에서 유흥을 즐기다 몸싸움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B씨는 C씨의 가격으로 머리를 시멘트 바닥에 부딪쳐 뇌출혈로 사망했다.
A씨는 회사에 사고 사실을 보고하고 당초 예정된 귀국일보다 하루 빠른 다음 달 11일 한국으로 돌아왔다. 귀국 후 그는 '급성 스트레스 반응'으로 병원 치료를 받다가 약을 과다 복용하는 자살 시도를 하기도 했다.
한편 사측은 11월 10일 징계인사위원회를 열어 임의로 귀국하고 관리자로서 미숙하게 대응해 회사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며 A씨를 해고했다.
A씨는 결국 같은 달 17일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에 유족들은 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지만, 공단이 이를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법원은 "자살과 업무 사이에 상당한(타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며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는 사고에 대한 회사의 무리한 업무지시 등으로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이로 인해 A씨의 정신과적 질병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정상적인 인식능력이 저하되면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회사는 사고 대책을 세우기보다는 A씨에게 철저하게 보안을 요구하며 출장 업무를 그대로 수행하도록 했다"며 "유서에 회사에 대한 원망이 기재돼 있는 점 등을 보면 업무가 자살 충동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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