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에 타 절반 사라진 '태조 어진'의 부활, 어떻게 가능했나

입력 2017-12-24 09:10   수정 2017-12-24 22:30

불에 타 절반 사라진 '태조 어진'의 부활, 어떻게 가능했나
국립고궁박물관 '태조 어진 보존처리 및 모사도 제작' 도록 출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어진(御眞)은 임금의 초상화를 의미한다. 조선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어진을 만들어 봉안했지만, 현재 남아 있는 어진은 20여 점에 불과하다. 그중 상태가 비교적 온전해 얼굴을 알 수 있는 왕은 태조, 영조, 철종, 고종, 순종과 인조의 부친인 원종까지 6명이다.
태조 이성계(1335∼1408)의 어진은 조선을 건국한 인물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특히 많이 제작됐다. 1398년 함경도 영흥과 경상도 경주에 태조 어진이 봉안된 뒤 전주, 평양, 개성, 한양에 어진을 모시는 진전(眞殿)이 세워졌다.
오늘날까지 전하는 태조 어진 중 한 점은 국보 제317호로 지정됐다. 전주 경기전에 있는 이 태조 어진은 1872년에 모사된 그림이다. 어진 속에서 태조는 용이 그려진 청색 곤룡포를 입고 있다.
국립고궁박물관에는 국보로 지정된 태조 어진과는 또 다른 태조 어진이 있다. 전체적인 크기는 비슷한데, 태조가 붉은색 곤룡포를 착용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1900년에 모사된 이 어진은 한국전쟁 당시 부산으로 옮겨졌다가 1954년 절반가량이 불에 타는 피해를 봤다. 안타깝게도 얼굴은 대부분 화재로 사라졌다.
그런데 지난 2015년 국립고궁박물관이 개최한 어진 특별전에 빨간 곤룡포를 입은 태조의 온전한 초상화가 나타났다. 훼손된 것으로 알려졌던 태조 어진이 등장하자 많은 사람이 관심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 그림은 진품이 아니라 현대에 제작된 모사도였다. 그래도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만들어져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립고궁박물관이 최근 발간한 '왕실문화유산 보존연구Ⅲ-태조 어진 보존처리 및 모사도 제작' 도록에는 모사도를 만든 과정이 상세하게 담겼다.
모사도 제작의 관건은 역시 얼굴이었다. 불에 탄 어진은 한쪽 눈과 귀만 남아 있는 상태였다. 검게 그을려 색상은 알 수 없었다.
국립고궁박물관은 각종 기록을 조사해 이 어진이 북한 영흥 준원전의 태조 어진을 본보기로 삼아 그려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영흥의 태조 어진은 실물을 볼 수 없지만, 다행히 1913년께 촬영한 흑백 유리원판 사진이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돼 있었다.
흑백사진에 있는 태조의 용안은 국보로 지정된 어진과는 달랐다. 국보 어진은 태조의 노년 시절 모습을 묘사해 수염이 흰색이지만, 준원전본에서는 수염이 검은색이고 광대뼈가 더욱 두드러져 보였다.
준원전본 사진을 확보한 국립고궁박물관은 먼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훼손된 태조 어진을 데칼코마니 방식으로 복원했다. 현존하는 어진의 오른쪽을 바탕으로 왼쪽을 똑같이 만들었다.
이후 화재로 약간 일그러진 어진의 이미지를 수정하고 잔존 부분을 준원전본 어진과 비교해 두 그림의 얼굴이 거의 일치한다는 점을 알아냈다. 그리고 흑백사진으로는 형태를 잘 파악할 수 없는 익선관(翼善冠·왕이 머리에 쓰는 관)과 옥대(玉帶·옥으로 제작한 띠)는 국보 어진을 참조하기로 했다. 태조 어진 모사도는 이런 곡절을 거쳐 완성됐다.
국립고궁박물관 관계자는 "모사도는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복원한다는 원칙에 따라 제작됐다"며 "모사도와는 별도로 훼손된 태조 어진은 2012년 보존처리를 마쳤다"고 말했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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