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풍 맞은 크리스마스 트리…로마 이어 베오그라드도

입력 2017-12-24 06:00  

역풍 맞은 크리스마스 트리…로마 이어 베오그라드도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성탄절을 앞두고 세계 곳곳의 크리스마스 트리가 역풍을 맞는 신세에 처했다.
최근 이탈리아 로마 시가 시내 한복판인 베네치아 광장에 설치한 크리스마스 트리는 솔잎이 거의 다 떨어진 채 앙상한 가지만 남아 시민들로부터 '변기 솔'이라는 조롱을 들으며 국제적 망신거리로 전락했다.



로마의 공식 크리스마스 트리에 이어 발칸 반도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의 성탄 트리도 시민들에게 지탄의 대상이 됐다.
23일 AFP통신에 따르면 베오그라드의 번화가의 보행자 공간에 설치된 18m 높이의 성탄 트리에 시민들의 싸늘한 눈초리가 쏠리고 있다.
플라스틱 인공 나무로 만들어진 이 트리가 평범한 외관과는 달리 세계에서 가장 비싼 크리스마스 트리 중 하나라는 사실이 최근 알려졌기 때문이다.



세르비아의 반(反)부패 웹사이트는 이 성탄 트리의 가격이 뉴욕 록펠러센터 외부에 세워진 성탄 트리의 약 4배에 해당하는 8만3천 유로(약 1억600만원)에 달한다고 폭로했다.
이를 접한 세르비아 시민들은 "이 성탄 트리는 세르비아 시의 예산 낭비와 부패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라며 비판하고 있다.
한 시민은 자신의 트위터에 "믿거나 말거나, 베오그라드 시는 쓰레기처럼 보이는 이 크리스마스 트리에 8만3천 유로나 쏟아부었단다"는 글을 올렸다.
또 다른 시민은 페이스북에 "정상적인 세계라면 이런 크리스마스 트리는 격렬한 시위를 촉발하는 이유가 될 것"이라고 분노했다.
야당들은 지난 22일 '부끄러운 줄 알라'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문제의 크리스마스 트리 근처에서 시 당국을 성토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항의가 빗발치자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의 측근인 시니사 말리 베오그라드 시장은 "크리스마스 트리의 가격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 나도 (가격을 듣고)놀랐다"며 크리스마스 트리 공급 업체와의 계약을 취소할 것이라고 파문의 진화에 나섰다.
한편, 로마 시가 설치한 볼품없는 크리스마스 트리에 대해 로마 시민들은 "쓰레기 수거, 대중 교통 등 도시 인프라에서 총체적인 난국에 빠져 있는 로마의 현재 상황을 대변하는 상징물"이라며 한탄과 자조를 쏟아낸 바 있다.
이에 비르지니아 라지 로마 시장은 "판매자 측에 환불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나무는 오스트리아와 국경을 맞댄 이탈리아 북동부 돌로미티 지역에서 공수됐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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