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권용 기자 = 중국이 세계 최대의 크리스마스 트리 제조국가라는 위상과 달리 최근 상당수 지역에서 성탄절 축제를 금지하는 등 '크리스마스와의 전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24일 보도했다.신문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 올려진 글을 인용, 중국 공산당의 청년엘리트 조직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이 후난(湖南)성 남화대학교 공청단 학생들에게 크리스마스 관련 행사에 참석하지 말라는 내용의 행동수칙에 서명을 요구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공청단은 해당 성명에서 "공산당원들은 공산주의 신념을 따르는 모범이 돼야 한다"며 "미신과 아편과 같은 서방정신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을 용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공청단은 그러면서 당원들이나 그들의 직계 가족이 크리스마스 이브와 성탄절 당일에 종교행사에 참여한 사실이 확인되면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도 덧붙였다.
아울러 애국적이고 전통적인 중국문화를 확산하는 행사에 적극 나서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중국 장쑤성(江蘇省)의 한 대학 역시 성탄절 행사를 금지하고 나서 반발을 사는 등 논란이 빚어졌다.
이와 관련해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지난 10월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중국 문화의 재융성을 강조한 것과 관련해 서구문화로 비쳐지는 크리스마스 행사에 규제를 가하기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앞서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랴오닝성 선양약과대학 공청단이 '문화적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해 성탄절 등 기독교 관련행사 개최를 금지했다고 전했다.
후난성 제2의 도시 헝양(衡陽)에서도 당원들의 종교행사 개최를 금지하는 한편 일반인들이 크리스마스 이브와 성탄절 당일에 거리에 모이는 것 자체를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국의 규제에도 성탄절 대목을 맞아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려는 상인들이 크리스마스 트리와 장식물들을 선보이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사뭇 달라지는 상황이다.
시장조사기구인 차이나스키니는 알리바바의 T몰에서 올 한해에만 60만개가 넘는 크리스마스트리와 300만개의 장식물들이 팔려나갔다고 전했다.
T몰은 지금도 모두 2만개의 크리스마스 관련 상품들을 선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부 광둥(廣東)성 선전(深천<土+川>)의 한 전문가는 일선 기관들이 "서구 축제"라는 이유를 들어 성탄절 행사를 금지하는 것은 모순이라면서 '중국문화의 재융성'을 정치적으로 강조하는 관리들의 행태가 지역 조직들에 충성심을 과시하도록 부추겼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면서 내년 2월부터 시행되는 중국 국무원의 개정 '종교사무조례' 역시 종교 관련행사에 대한 규제를 조장하는 결과를 낳았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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