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신생아 사망' 이대목동병원, '상급종합' 자격 있나

입력 2017-12-24 19:10  

[연합시론] '신생아 사망' 이대목동병원, '상급종합' 자격 있나

(서울=연합뉴스) 이대목동병원에서 미숙아 4명이 잇따라 숨진 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사인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모두 같은 수액과 주사를 맞았고, 3명은 유전적으로 동일한 항생제 내성균인 '시트로박터 프룬디'가 검출됐다. 당연히 병원 내 감염이나 의료과실에 무게가 실리지만 아직 단정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미숙아 중환자실에서 세균감염이 벌어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대목동병원은 대형 의료기관으로서의 신뢰에 결정적 손상을 입게 됐다.

질병관리본부는 사건 사흘 뒤인 19일, 숨진 3명의 신생아 혈액에서 검출된 시트로박터 푸룬디 균이 유전적으로 완전히 동일하다고 밝혔다. 해당 신생아들이 병원 내의 동일한 감염원에 의해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사망 신생아들에게 공급된 수액이나 의료진이 감염원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모든 미숙아는 수액과 주사제를 배합한 완전정맥영양(TPN) 치료를 받는다고 한다. TPN은 환아 몸무게에 따라 용량이 조절되고 포도당·단백질·비타민 등의 혼합 과정을 거치는데, 오염된 TPN이 면역력이 떨어진 미숙아 몸 안에 들어가면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사건 직후 다른 병원으로 옮기거나 퇴원한 신생아 4명도 로타바이러스가 확인됐고, 숨진 한 신생아의 의무기록에는 로타바이러스 양성반응 기록이 있다고 한다. 일부 유가족은 "의료진이 기저귀를 바닥에 버리고 다시 손으로 집었다"는 증언도 했다. 이 병원이 기본적인 위생관리 및 감염예방 수칙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보건복지부는 3년 주기의 상급종합병원 지정 평가결과를 이번 주 발표한다. 상급종합병원은 전국 10개 권역별로 43곳이 지정돼 있는데, 암이나 중증질환 등 고난도 의료행위를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최고등급의 병원이란 뜻이다. '상급종합'으로 지정되면 건강보험 수가를 30% 높게 받을 수 있다. '상급' 의료기관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환자가 몰리기도 한다. 이런 이점 때문에 대형병원들은 너나없이 상급종합이 되려고 하고 일부는 사활을 걸기도 한다. 이대목동병원은 지난 2012년 상급종합으로 처음 지정돼 한 차례 연장됐다. 3년간 더 지정을 유지하려고 지난 8∼9월 현장조사를 받았다. 이번에 상급종합 지정을 신청한 의료기관은 모두 51곳인데 이대목동병원은 재지정 안전 권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복지부는 이 병원에 대한 잠정 평가결과를 원점에서 재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병원의 재지정을 보류하고 경찰 수사 등이 끝난 뒤 최종적으로 판단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 병원은 지난 7월 신생아중환자실 간호사의 결핵 확진에 이어 9월에는 '벌레 수액' 사건으로 논란을 빚었다. 이번에 신생아중환자실 세균감염이 확인된 것은 훨씬 더 심각하다. 이런 병원을 '상급종합'으로 지정하는 것은 국민의 눈을 속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보건당국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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