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음악을 보고 춤을 들어라." 영화 '하이 스트렁'은 안무가 조지 발란신(1904∼1983)의 말을 인용하며 시작한다. 영화가 차례로 소개하는 등장인물의 면면은 바이올린·현대무용·힙합댄스가 한 무대에 펼쳐질 거라고 예고한다.
뉴욕의 예술학교에 막 입학한 루비(키넌 캄파 분)는 지하철역에서 바이올린 버스킹을 하는 조니(니콜라스 갈리친)와 우연한 기회에 가까워진다. 루비는 바이올린을 도난당한 조니를 도우며 마음을 주지만 좀처럼 받지는 못한다. 조니는 아래층에 사는 힙합댄스팀 스위치 스텝스 멤버들과 친해진다.
이들이 한 팀을 이뤄 경연대회에서 우승하고, 루비와 조니는 밀고 당기기 끝에 사랑에도 골인한다는 게 영화의 줄거리다. 장르 간 콜라보레이션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답게, 단순한 스토리를 화려한 음악과 춤으로 보충한다.
지하철역에서 댄스 배틀이, 후원 파티에서 바이올린 배틀이 벌어진다. 세 장르가 한데 모이는 경연대회에 이야기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술집에서 테이블 두 개를 잇대 즉석에서 무대를 만들고 '백조의 호수'의 유명한 4인무를 선보이는 장면도 강한 인상을 남긴다.
루비와 조니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캐릭터다. 루비는 제도권 예술교육의 틀 안에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는 예비 엘리트인 반면, 조니는 지하철역과 우중충한 방에서 홀로 기량을 연마하는 거리의 예술가다. 좀처럼 마주치기도 힘들어 보이는 두 사람이 같은 목표를 위해 힘을 합치는 과정은 장르간 교배 같은 새로운 시도가 예술을 진화시킨다는 메시지에 힘을 보탠다.
그러나 서사가 음악과 춤을 돕는 영화라고는 해도, 이야기가 헐겁고 극적 결말을 향해 달리느라 어색하게 끼워 넣은 에피소드가 눈에 띈다. 스위치 스텝스 멤버들은 콜라보레이션의 효과를 극대화함에도 불구하고 이야기 구조 안에서는 단순하고 부차적인 역할에 그친다.
미국인 최초로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에 들어갔다는 발레리나 키넌 캄파가 연기에 처음 도전했다. 루비의 친구 재스민 역의 소노야 미즈노 역시 발레를 겸하는 배우로 '라라랜드'에서 춤 실력을 보여준 바 있다. 1월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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