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친스키 대통령, '사면 없다'던 입장 뒤집어…"탄핵안과 맞바꿨다" 비판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반(反)인권, 부패 범죄 등으로 25년형을 받고 12년째 복역 중인 알베르토 후지모리(79) 전 페루 대통령이 결국 사면을 받았다.
AP,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페루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인도적 이유로" 후지모리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쿠친스키 대통령은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의료 기록을 토대로 볼 때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퇴행성 불치병으로 계속 고통받고 있다"며 수감생활을 더이상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1990∼2000년 재임 시절 자행한 학살과 납치, 횡령 등으로 2009년 25년형을 선고받고 12년째 수감생활을 해온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지난 23일 갑자기 혈압이 떨어지고 심장박동에 이상이 생겨 리마의 한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그는 지난해 12월에는 뇌 검진과 오른쪽 어깨 통증 치료를 받기 위해, 또 올해 5월과 8월에는 심장질환을 이유로 병원에 입원하는 등 수감 중 건강 문제를 이유로 병원을 자주 오갔다.
이렇듯 악화한 건강 상태를 고려한 결정이라는 게 쿠친스키 대통령의 설명이지만 정치권에서 쿠친스키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탄핵 결정을 후지모리 전 대통령 사면 카드와 맞바꿨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앞서 페루 의회는 지난 21일 부패 스캔들에 연루된 쿠친스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8표 차이로 부결됐다.
이에 대해 현지언론들은 쿠친스키 대통령이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야권과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사면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YNAPHOTO path='PAP20171225023901003_P2.jpg' id='PAP20171225023901003' title='' caption='24일(현지시간)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이 있는 리마의 한 병원 앞에서 사면을 축하하는 지지자들[AP=연합뉴스]'/>
실제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장녀 게이코 후지모리 당수가 이끄는 민중권력당에서 10명의 기권표가 나왔는데, 이 기권표가 탄핵안 부결의 결정적 이유가 된 것으로 분석됐다.
쿠친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한 이후 후지모리 정권 시절에 자행된 독재와 인권유린에 대한 반대 여론을 의식, 그를 사면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유지해왔으나 결국 이를 어긴 셈이 됐다.
이 때문에 쿠친스키 내각과 의회에서는 즉각 반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여당 의원인 알베르토 데 벨라운데 의원이 트위터를 통해 당을 떠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하지만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이번 결정을 크게 반겼다. 현지 TV에는 후지모리 전 대통령이 입원 중인 병원 밖에서 지지자들이 모여 사면 결정에 환영하는 모습이 방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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