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객·관광객, 예년보다 줄어…市 "주민 분노 고려해 행사 축소"
대주교 "예루살렘, 평화의 도시…구성원 배제되면 평화는 없어"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루살렘 결정'이 불러일으킨 분노와 절망 속에 아기 에수가 탄생한 베들레헴의 성가와 불빛도 잦아들었다.
성탄 이브인 24일 밤(현지시간) 요르단강 서안의 베들레헴에 있는 예수탄생교회에는 전세계에서 온 순례객 수백명이 모여 구세주의 탄생을 기뻐하는 자정 미사를 봉헌했다.
그 상징성으로 매년 전세계로부터 순례객이 몰려드는 예수탄생교회의 성탄 전야 미사는 올해 축하와 기쁨의 분위기가 전만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결정으로 긴장이 고조된 탓에 올해 크리스마스 이브 미사에는 예년보다 적은 인원이 모였다.
이날 미사에는 팔레스타인자치정부의 마무드 아바스 수반이 참석했다.
가톨릭 예루살렘성지교구의 피에르바티스타 피차발라 몬시뇰은 이날 미사에서 "예루살렘은 평화의 도시다. 누군가 배제된다면 거기엔 평화가 없다"고 언급, 최근의 사태를 에둘러 비판했다.
크리스마스 이브의 베들레헴은 춥고 비까지 내려 순례자와 관광객의 마음을 어둡게 했다.
앞서 이날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진 만게르광장에서 팔레스타인 밴드가 백파이프를 연주하며 순례객과 관광객을 반겼으나 예년에 견줘 군중 규모가 작았고 어둠이 내리자 더 줄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안톤 살만 베들레헴 시장은 "주민의 거부와 분노, 시위 사망자 추모를 나타내고자 성탄 축하를 제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갈수록 줄어드는 팔레스타인 기독교인들은 최근의 긴장·충돌을 우려한 듯 거리행사를 피하고, 교회·가족과 단출하게 성탄을 축하했다.
팔레스타인 기독교 인구는 한때 50만명 수준이었으나 극단주의와 박해를 이유로 대부분이 국외로 이주했다.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에 따르면 10년 전 가자지구의 기독교인은 2천명이 넘었지만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가자지구 봉쇄를 거치며 현재는 1천명 수준으로 줄었다.
현지 기독교인과 관광객은 시온주의·복음주의에 영합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으로 되레 현지 기독교인의 종교자유가 위축됐다고 걱정했다.
프랑스인 관광객 클레르 드구는 "한 사람의 결정이 성스러운 땅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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