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정치적 진술' 이유로 피고 퇴장 조처
법원 밖 "언론인 석방하라" 시위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터키에서 대표적인 비판 언론의 베테랑 기자와 경영진에 또다시 투옥 기간이 연장됐다.
이스탄불법원은 25일(현지시간) 일간지 줌후리예트의 무라트 사분주 편집국장과 최고경영자(CEO) 아큰 아탈라이 등 신문사 임직원 4명의 석방 요구를 기각했다.
투옥된 4명을 비롯한 줌후리예트 임직원 19명은 '펫훌라흐주의 테러조직'(FETO)과 '쿠르드노동자당'(PKK) 등 3개 테러조직 협력 혐의로 기소됐다.
FETO는 터키정부가 작년 7월 쿠데타 모의의 배후로 지목한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의 추종조직을 가리킨다.
터키 당국은 이들이 FETO 또는 PKK에 가입한 전력을 확인하지 못하자, 테러조직을 도왔다는 죄목을 붙였다.
올해 7월 재판이 시작된 이래 13명이 차례로 풀려났으나 사분주 국장과 아탈라이 CEO는 2년째 옥중에서 연말을 보내게 됐다.
이날 법정에서는 피고가 재판부와 충돌하며, 일시 퇴장당하기도 했다.
탐사보도 전문기자인 아흐메트 시으크는 피고석에서 "법원이 정부에 좌우돼 '테러리스트'라는 말을 터무니 없는 혐의로 이용하고 있다"고 진술했다.
판사 아브두라흐만 오르쿤 다으는 시으크 기자를 향해 "정치를 하려면 정당에 가입하라"며 변론을 중단시키고 퇴정시켰다.
사분주 국장은 시으크 기자의 퇴정 조처에 반발하며 변론을 거부했다.
방청석에서는 피고의 지지자로부터 "언젠가 당신들 모두 심판대에 오를 것이다. 아흐메트는 풀려나 다시 기사를 쓸 것이다"는 외침이 터져나왔다.
다음 재판은 내년 3월 9일로 잡혔다.
법원 밖에서는 수십명이 모여 재판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당신들은 혼자가 아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모두에게 정의를', '언론인 전원 석방하라' 등의 구호가 쓰인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줌후리예트 재판은 터키 안팎에서 언론자유와 사법독립의 시험대로 불리며 주목을 받고 있다.
언론자유 지지단체 피24(P24)에 따르면 터키에 수감된 언론인은 170명이며, 대부분 작년 쿠데타 진압 이후 투옥됐다.
'국경 없는 기자회'(RSF)의 올해 언론자유지수 순위에서 터키는 180개국 가운데 151번째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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