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측과 재산환수 협상 타결한 듯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난달 부패혐의로 전격 체포된 왕가 및 정재계 고위인사 가운데 최소한 20여 명을 지난주 석방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석방된 인사들은 '축재' 재산 가운데 상당 부분을 내놓기로 당국과 '타결'한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전했다.
석방된 인사 가운데는 이브라힘 알-아사프 전 재무장관 겸 국영석유회사(아람코) 이사가 포함돼 있으며 그는 메카의 이슬람 대사원 확장과 관련된 횡령과 지위남용 혐의를 받고 있다고 관련 소식통들이 24일 전했다.
또 무하마드 빈 호무드 알 마즈예드 전 재무차관보와 전 사우디텔레콤 최고경영자인 사우드 알-다위시, 투르키 빈 할리드 왕자, 사업가인 모히 살레 카멜 등이 포함된 것으로 소식통은 전했다.
사우디 정부의 한 고위 자문관은 "이들이 모두 풀려나기로 타결됐다"면서 최소한 24명이 풀려났다고 전했다.
그는 또 "조만간 추가 석방이 있게 될 것"이며 "혐의를 벗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재판이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가 사안이 빨리 마무리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모하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사우디 정부는 지난달 초 왕가와 정·재계 고위인사 200여 명을 조달 비리와 돈세탁, 뇌물 등 혐의로 전격 체포해 리야드 시내 리츠 칼튼 호텔에 구금해왔으며 재판에 회부되는 대신 석방 조건으로 재산의 상당액을 국가에 헌납할 것을 요구해왔다.
사우디 당국은 이미 지난달 수명의 인사들이 재산 일부를 내놓기로 동의함에 따라 이들을 석방했다. 한 때 빈살만 왕세자의 강력한 후계 경쟁자로 알려졌던 무타이브 빈압둘라 왕자는 자신에 대한 부패혐의에 대해 10억 달러를 내놓기로 동의한 후 풀려났다.
사우디 정부의 반부패 사정작업은 그동안 부유층의 만연한 부패에 분노해온 대다수 국민에게서 환영을 받고 있으며 사정작업을 주도한 빈살만 왕세자의 이미지를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분석가들과 외부 관측통들은 이번 사정작업이 올여름 왕위계승 서열 1위로 올라선 빈살만 왕세자의 권력 기반 강화 작업으로 판단하고 있다.
리츠 칼튼 호텔에 아직 몇 명이 구금 중인지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사우디 출신의 억만장자 국제투자가인 알왈리드 빈탈랄 왕자와 구금되기 전까지 사우디 경제장관이었던 아델 파키에 등이 포함돼 있다.
사우디 정부는 알 왈리드 왕자에 대해 석방 조건으로 최소한 60억 달러(약 6조5천억 원)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 왈리드 왕자 측은 자신의 투자회사인 킹덤홀딩의 상당 부분을 내놓는 방안을 사우디 측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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