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경축행사 없이 민간단체 행사만 열려…지난해 이어 폭죽도 금지
시진핑 1인 체제 위상 훼손 우려…'마오식 극좌노선' 보시라이 경계 분석도
(베이징=연합뉴스) 진병태 김진방 특파원 = 신중국 건설의 주인공인 마오쩌둥(毛澤東·1893∼1976) 탄생 124주년을 맞은 26일 중국에서는 마오 탄생을 축하하는 분위기를 찾아보기 어렵다.
중국 당국이 주최하는 대규모 경축행사가 열리지 않는 것은 물론, 중국 현지 매체들의 관련 보도 조차 쉽게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마오에 대한 숭배 분위기는 사그라졌다.
마오의 고향인 후난(湖南) 성 사오산(韶山)시 마오쩌둥 광장에는 홍군 복장을 한 노인들과 마오 추종자 수 만명이 헌화를 하며 추모행사에 참석했지만, 그 외 주요 도시 등에서는 마오를 추모하는 행사는 열리지 않았다.
사오산시의 기념행사 역시 마오 탄생 기념일에 폭죽을 터뜨리던 관례를 환경오염과 안전을 이유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금지해 탄생일을 축하하는 떠들썩한 분위기도 연출되지 않았다.
심지어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도 관련 소식을 한 줄도 전하지 않았다.
인민일보 영문 자매지인 글로벌 타임스는 이날 논평에서 "젊은 세대가 서양의 기념일인 핼러윈이나 마오 탄생일 하루 전인 크리스마스에는 열광하지만, 마오에 대한 추모행사에는 관심이 없다며 마오 추종자들이 불만을 표출하고 있을 정도로 시들해졌다"고 최근 마오에 대한 추모 분위기를 전했다.
마오에 대한 추모 분위기가 예전과 같지 않은 데는 마오를 기억하는 혁명세대가 사라져 가는 이유가 가장 크지만, 정치적인 이유도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사상'을 당장(黨章·당헌)에 삽입하며 마오쩌둥급 반열에 올라섰다는 평가를 받으며 집권 2기를 시작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인 체제를 공고히 하는 데 공을 들이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마오에 대한 숭배 분위기가 확산하면 시 주석의 1인 체제 확립에 득보다 실이 커질 수 있다.
특히 중국 경제가 발전할수록 커지는 빈부 격차에 대한 불만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평등주의를 주창한 마오 시대를 향수하는 추종자들이 느는 것도 중국 당국이 경계하는 부분이다.
마오식 극좌노선이, 시 주석의 최대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당서기를 연상시키는 점도 마오에 대한 추모 분위기를 사그라들게 한 배경으로 지목된다.
보시라이 전 서기는 재임 시절 '창홍타흑'(唱紅打黑:공산주의와 사회주의를 예찬하고 범죄와 부패를 척결)이나 도시와 농촌, 계급 간 빈부 격차 해소를 강조하는 '공동부유'(共同富裕) 정책 등 마오식 극좌노선 정책을 펼쳐 광범위한 지지를 받았다.
한 마오 추종자는 글로벌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마오 추종자 중 일부는 중국의 빈부 격차에 대해서 우려하고 있다"면서 "사회적 평등을 강조한 마오의 사상은 현대의 사회문제에 영감을 제공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이날 사평을 통해 공산당이 '건국이래 약간의 역사문제에 대한 결의'를 통해 마오의 공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며 그의 공적이 과오보다 훨씬 크다고 평가했다고 밝혔다.
신문은 인터넷시대에 접어들면서 마오에 대한 여론이 정치성향에 따라 양극화하고 있다면서, 한편에서는 신중국 성립이래 각종 문제에서 '죄악의 근원'으로 여기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극단적으로 마오의 공적을 찬양하면서 점차 그의 과오에 대해서조차 외면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런데도 중국 사회 주류의 평가는 점차 이성에 근거해 현실정치에 영합하기 보다는 역사적 평가에 근거하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오가 만든 중국이 굴기(堀起)를 실현했고 이는 마오의 사업이 정확하고 지속성이 있는 것임을 증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구시보는 그러면서 마오를 비방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결의'는 이미 마오에 대해 역사적·객관적 평가의 결과물이라면서 중국은 마오가 남긴 정치 유산을 누리고 있고 그의 말년의 과오 또한 중국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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