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전략공천 차질시 경선 실시 목소리 커질듯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배영경 기자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내년 지방선거 필승을 목표로 인재영입에 본격적으로 소매를 걷어붙였으나 시작부터 순탄치 않아 보인다.
홍 대표는 상당수 광역단체장 후보를 전략공천하는 '정치적 승부수'를 띄운다는 복안 아래 해당 지역의 후보군을 압축하고 이들에 대한 삼고초려도 마다치 않는다는 각오를 다져왔다.
하지만 후보군으로 거론된 인사 중 일찌감치 고사하는 이들이 나오면서 출발부터 다소 맥이 빠지는 분위기다.
홍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후보 경선을 치르기로 한 대구·경북(TK) 지역과 현역 단체장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 인천(유정복 시장)·울산(김기현 시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광역단체에 전략공천 후보를 내세우는 쪽으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이 그중 하나로, 홍 대표 측에서는 전략공천 카드로 장제국 현 동서대 총장과 안대희 전 대법관이 거론돼왔다. 이들을 내세워 이른바 '낙동강 벨트'를 사수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26일 지방선거 출마에 분명한 선을 그었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의 친형이기도 한 장 총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을 기점으로 저의 부산시장 출마에 관한 이야기가 더는 회자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부산시장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안 전 대법관의 한 측근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안 전 대법관은 부산시장이든 경남지사이든 출마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정치적 상징성이 가장 큰 서울시장 후보로, 홍 대표는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홍정욱 헤럴드 회장을 염두에 둔 발언을 주변에 해왔지만, 이 역시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다.
현재로서는 홍 회장의 정계 복귀 의사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또 한국당에 대한 민심 회복세가 그리 뚜렷지 않은 상황에서 홍 회장이 보수 재건을 위해 현재의 사업을 접고 지방선거에 뛰어들 리스크를 떠안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만만치 않다.
만일 지금까지 윤곽이 드러난 전략공천 후보군 중 불출마 의사를 밝히는 인사가 추가로 더 나온다면, 홍 대표의 지방선거 인재영입 전략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서는 홍 대표의 전략공천 기조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전략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불거질 바에는 경선을 통해 후보를 뽑는 게 낫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조짐은 이미 일부 지역에서 감지된다.
부산시장 출마를 준비 중인 박민식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입장을 밝힌 문자메시지에서 "대통령 빽, 당 대표 빽으로 내리꽂은 후보는 정통성도 없고 경쟁력도 없다"며 홍 대표의 전략공천 구상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부산 시민과 당원들에 의해 뽑힌 사람만이 본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며 "힘들고 외로워도 뚜벅뚜벅 제 길을 걸어가겠다"라고 말했다.
한 충청권 의원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홍 대표가 경쟁력 여부도 직접 확인하지 않고 지인의 말만 듣고 전략공천 후보를 밀어붙이는 듯하다"면서 "정작 지역구에서 평가가 좋은 인물은 반홍(반홍준표)세력으로 찍혀 출마가 어려워진 것 아니냐"고 밝혔다.
다만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당내 차기 대권주자군을 키운다는 게 홍 대표의 구상인 만큼 참신하면서도 중량감 인사의 전략공천을 위해 '삼고초려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ykb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