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중국 선박이 북한 선박과 유류를 밀거래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장면이 포착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위원회에서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외교부는 26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구체적 내용은 언급하기 어려운 점을 양해해 달라"며 "(유류 밀거래와 관련해) 현재 안보리 제재위원회에서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북한 선박 '례성강 1호'가 서해 상에서 유엔 안보리 결의로 금지된 선박 간 옮겨싣기를 하는 위성사진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이 사진만 갖고 북·중 간의 유류 밀거래로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유엔 안보리 제재위에서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하니 명명백백하게 사실 여부를 가려야 한다. 만일 사실이라면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에 큰 구멍이 뚫려있는 것이다. 북한의 뒷문을 열어둔 채 국제사회가 헛심만 쓰는 꼴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유엔 안보리가 지난 22일 만장일치로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2397호는 북한에 대한 정유제품 공급량을 연간 200만 배럴에서 50만 배럴로 줄였다. 지난 9월에 채택한 제재결의 2375호는 연간 450만 배럴에서 200만 배럴로 절반 이상 줄였다. 석 달 사이 약 90%가 줄어든 것이다. 북한이 아무리 폐쇄된 사회라고 해도 힘겨울 것으로 보는 게 상식적이다. 하지만 초기에 나타나 현상은 하나의 미스터리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들이 지난 4월과 11월 평양 일대 주유 및 정비시설의 상업위성 사진을 비교·분석한 결과, 이렇다 할 변화가 포착되지 않았다고 한다. 석유류 공급이 줄어 유류 가격이 급등하고 주요소마다 장사진이 펼쳐지고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이나 서방언론 보도와는 다른 결과다. 이런 현상도 결국 제재의 구멍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중국은 북한 교역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대북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하지만 북한에 대한 제재·압박의 성패는 여전히 중국에 달린 셈이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중국은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를 충실하게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안보리 결의의 이행을 강조했다. 이런 점 때문에 중국이 미국 주도의 강경 제재 노력에 제동을 걸어도 일단 안보리에서 결의로 채택되면 이를 철저히 이행할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이런 믿음은 점차 엷어지고 있다.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기술, 장비, 부품 등을 얻는 창구가 대부분 중국이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간 거래가 아니라 돈에 눈이 먼 민간업자의 밀무역이라고 하더라도 이에 대한 책임은 철저히 단속하지 않는 중국 당국에 있다고 하겠다.
북한이 어정쩡한 제재·압박으로 핵을 포기하고 협상 테이블로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북한이 죽기 살기로 핵 무력 완성에 매달리는 것을 고려하면 제재·압박 역시 그만큼 독하게 실행해야 한다. 중국이 북한의 붕괴보다 핵을 가진 북한이 낫다는 전략적 이해에 매달려 제재 시늉만 한다면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불안으로 이어져 자기 발등을 찍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제재·압박은 북한을 고사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다. 전쟁까지 가지 않고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정부도 중국 측의 유류 밀거래가 확인된다면 중국 당국에 안보리 결의의 철저한 이행을 강하게 촉구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제재와 압박을 통한 북핵 해결이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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