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까머리 세터' 이민규 "더 지면 안 된다는 간절함"

입력 2017-12-26 22:03  

'까까머리 세터' 이민규 "더 지면 안 된다는 간절함"
8연패 끊는 경기 운영과 블로킹 6개



(의정부=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삭발 투혼'이 승리를 부르지는 않는다.
그래도 OK저축은행 세터 이민규(25)는 "뭐라도 해봐야 한다"는 생각에 머리카락을 고교 시절보다 짧게 잘랐다.
머리를 짧게 자르고도 팀은 4경기나 더 패했다.
마침내 팀의 연패를 끊자 이민규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OK저축은행은 26일 경기도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17-2018 V리그 남자부 방문 경기에서 KB손해보험을 세트 스코어 3-1(34-32 15-25 25-19 25-23)로 꺾고 8연패 늪에서 벗어났다.
이민규와 OK저축은행 동료들은 지난 13일 우리카드전을 앞두고 머리카락을 짧게 잘랐다.
그는 "너무 답답했다. '우리가 뭐라도 해봐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동료들과 이발을 했다"고 떠올렸다.
김세진 감독은 "머리카락까지 짧게 자른 선수들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이기고 싶지 않은 선수가 있겠나"라고 했다.





이민규는 정말 이기고 싶었다.
연패 탈출은 머리카락이 아닌 그의 손끝에서 나왔다.
이날 이민규는 토종 주포 송명근이 무릎 부상으로 코트에 서지 못하고, 외국인 선수 마르코 페레이라가 지독한 부진에 시달린 상황에서도 다양한 공격을 시도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세트 스코어 2-1로 앞선 4세트 23-21에서 조재성이 상대 블로킹에 막혔음에도, 다시 한 번 조재성에게 공을 줘 끝내 득점한 장면은 백미였다.
이민규는 "조재성 쪽에 상대 블로킹 높이가 낮았다. 조재성이 공을 때리는 재주가 있어, 꼭 성공할 것이라 믿었다"며 "우리 모두 더 지면 안 된다는 간절함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이민규는 고비 때마다 블로킹 6개를 성공하기도 했다. 이민규는 "블로킹은 자신 있다. 팀에서 상대 분석을 잘해 블로킹 위치를 잡기도 편했다"고 했다.
여전히 이민규의 머리카락은 매우 짧다. 그는 "샴푸를 새로 사야 할까요"라고 웃었다.
머리카락을 짧게 자른 후, 경기장에서 가장 크게 웃은 날이었다.
jiks7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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