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기술 전수하며 꿈 키워가는 특성화고 출신 봉사단원
"귀국해 취업하거나 태국에 정착해 창업할 기회 생겼어요"
<※ 편집자 주 = 정부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다양한 정책 수단을 동원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취업 문은 여전히 바늘 구명이고 청년들의 어깨는 처져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청년 실업이 점차 고착화하는 추세라는 암울한 소식도 전해집니다. 그렇다고 세상과 세월 탓만 하면서 젊음을 낭비할 수는 없습니다. 연합뉴스는 무술년(戊戌年) 새해를 맞아 해외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진로를 개척하거나 인생 2막을 여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 봉사단원 5명이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차례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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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인천광역시 연수구의 인천생활과학고에서 3년간 헤어·피부 미용, 네일아트, 메이크업 등 토털 미용기술을 배운 신예주(20) 양은 졸업 후 태국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KOICA 드림봉사단'에 선발돼 2016년 10월 태국 치앙마이로 파견된 그는 수강생 15∼20명에게 45일간 90시간의 네일아트 기초 교육 과정을 전수한다.
신 양은 중학교 2학년 때 '피부미용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래서 관련 자격증을 땄고 고등학교도 특성화고를 택했다. 졸업 이후 어느 순간 자신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졌고 배운 기술도 활용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치앙마이에서 1년 넘게 구슬땀을 흘리는 그는 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학교에서 배운 미용기술로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시야도 넓히고 싶어 드림봉사단에 지원했다"고 해외봉사에 나선 동기를 설명했다.
부모님의 가르침을 실천해보고 싶다는 바람도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여유롭지 않은 상황이라도 너보다 힘들고 어려운 이가 있으면 도와야 한다"는 소리를 듣고 자랐다고 한다.
신 양에게 네일아트를 배운 현지 수강생 중에는 벌써 취업을 했거나 창업한 경우도 있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능력도 어느 정도 입증된 셈이다. 그는 "삶의 방향을 정해 떠난 수강생들을 보며 마음이 뿌듯했다. 무엇보다 그들로부터 에너지를 얻고 있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치앙마이에서는 네일아트 교재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래서 일부 수강생들은 힘을 합쳐 신 양에게 배운 내용을 책으로 엮어내기도 했다.
"헤어나 메이크업, 마사지에 관한 책은 많지만 네일아트 분야는 없어 안타까웠는데 학생들의 열정으로 이뤄진 결과물을 보고 행복했어요. 남은 기간 이들과 함께 더 좋은 교재를 만들어 네일아트를 알리는 데 힘을 보탤 생각입니다."
그는 네일아트 기술을 전수하면서 '지속가능한 개발'의 중요성도 깨달았다고 했다. 네일아트는 주로 소모품 지원이 많은데 이를 무작정 지원하기보다는 수강생들이 작은 소모품 정도는 직접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현지인 교사를 양성해 봉사단원 없이도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태국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많은 것을 얻었지만 무엇보다 큰 성과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이다. 귀국해서 취업을 할지, 창업을 할지를 놓고 즐거운 고민을 하게 된 것은 그런 자신감 덕분이다.
그는 "이곳 생활을 통해 네일아트는 제가 평생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분야라는 사실을 알게 됐으니 일단 귀국해서 진로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봉사가 얼마나 보람되고 좋은지 친구들에게 SNS로 자랑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했다.
"해외봉사는 나눔이고, 다른 나라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일이지만 분명 저 자신에게 더 도움이 되고 있어요. 여유도 찾았죠. 무한경쟁의 압박감, 부담감 등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었고요. 그러니 지금 답답하고 막막하다면 해외로 눈을 돌려보세요."
치앙마이에 거주하는 동안 현지인들이 보여준 한국에 대한 높은 관심에 어깨가 으쓱 올라간 것은 덤으로 얻은 행복이다.
신 양에게 '봉사'란 "도움이 필요한 이에게 아주 작은 일이라도 나눌 수 있는 자그마한 행복"의 의미를 갖는다.
"거창하게 아프리카에 가서 생수통을 나르고, 병을 치료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그저 그런 기사를 보고 관심을 두고 무엇이라도 하려 하는 마음과 행동 또한 봉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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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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