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경기' 둘로 나뉠까] ③ 분도, 약인가 독인가

입력 2017-12-29 06:30   수정 2017-12-29 07:26

['천년 경기' 둘로 나뉠까] ③ 분도, 약인가 독인가

"독자적 개발계획으로 발전 모색" vs "열악한 재정, 발전에 걸림돌"



(의정부=연합뉴스) 우영식 기자 = 경기도를 둘로 나눠 두 개의 광역자치단체를 만들자는 분도(分道) 요구는 경기 북부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경기 북부가 지난 60여 년간 개발에서 소외돼 낙후성을 면치 못하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주민들이 분도를 통해 발전방안을 찾겠다는 것이다.
경기 북부는 수도권정비계획법에 수도권으로 분류돼 개발에 제한을 받는 데다 군사시설보호법,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상수원보호구역 등 경기 남부보다 더 많은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지난 9월 기준으로, 경기 북부 전체면적(4천266㎢)은 수도권정비계획법 적용 대상이다. 군사시설보호구역은 경기북부 전체면적 중에 44.7%(1천908㎢)나 되고, 개발제한구역은 11.8%(502㎢), 팔당특별대책지역은 9.0%(386㎢), 주한미군 이전부지는 3.9%(168㎢)다.


이 같은 규제 탓에 경기 북부의 산업기반은 열악하다.
도에 모두 168곳 2억4천419만9천㎡ 규모의 산업단지가 조성돼 있으나 경기 북부에는 47곳 1천575만7천㎡에 그치는 등 경기도 전체 산업단지의 6.5%에 불과하다.
경기도 홈페이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30일 기준 도내 전체 대기업 수는 205개로, 이 중 192개가 남부에 있다. 북부에는 13개(6.3%)밖에 없다.
일정 규모 이상 중견기업도 2천911개 중 2천514개가 남부에 있고 북부에는 397개(13.6%)만 있다.
분도 주장의 핵심은 규제에서 벗어나 잘 사는 지역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경기도를 둘로 나누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현재까지 분도에 따른 행정·재정여건 분석이나 예상효과 등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가 이뤄지지 않아 당장 답변을 내놓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다만, 분도가 곧바로 중첩된 규제의 해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분도가 되면 행정조직은 경기도 31개 시·군 중 한강 이북 10개 시·군이 별도로 독립해 '경기북도'(가칭)에 편입된다.
도지사와 부지사, 도의회 의장과 부의장, 교육감과 부교육감 1명 등 단체장과 부단체장 6명의 자리가 새로 생기고, 도의원과 시·군의원 숫자는 변동이 없다.
인사와 재정은 분리된다.
경기 북부 주민들은 인사와 예산권이 남부에 집중돼 있어 남부 중심의 행정이 이뤄졌다며 불만이 많았다. 북부가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도의 올해 예산(본예산 기준) 규모는 22조 7천439억원이다. 이 중 74.5%인 16조 9천470억원이 남부에, 25.5%인 5조 7천969억원이 북부에 배정돼 사용됐다.
도의 지방세 수입은 9조 4천81억원으로 남부에서 거둬들인 취득세·등록면허세·지방교육세 등이 6조 5천645억원으로 69.8%를, 북부가 1조 6천337억원으로 17.4%를 각각 차지했다. 나머지 12.8%는 도가 직접 받는 지방소비세 1조 2천97억원이다.
남부에서 확보한 세수를 낙후된 북부에 좀 더 쓰고 있다.
소성규 대진대학교 법학과 교수가 2004년 기준으로 경기도 예산을 분석한 결과 '남부에서 거둔 세금으로 북부에 투자되는 예산'이 1천834억원인 것으로 추정됐다. 현재는 도의 예산이 두 배로 늘어 남부에서 거둔 세수 4천억원 안팎이 북부에 사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분도가 되면 국비 지원을 제외하고 북부에서 거둬들인 세수만을 재원으로 해서 살림살이를 꾸려야 하기 때문에 재정이 열악할 수밖에 없다.
남경필 현 도지사를 비롯해 역대 경기도지사들은 정치적 영향력 축소를 우려해 재직 중 모두 분도에 반대했다.
역대 경기도지사들은 분도가 되면 경기북부 지역의 열악한 재정 탓에 재정자립도가 더 낮아져 현재보다 발전이 더딜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반시설 투자나 기업 유치 능력에서 현재의 경기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취약하다는 것이다.
경기도 31개 시·군 평균 재정자립도는 44.5%로, 남부가 48.0%이고 북부가 34.3%다.
분도가 되면 찬성, 반대 양측 모두 북부의 재정자립도는 지금보다 훨씬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분도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교부금 등 중앙 정부의 지원이 늘어 재정여건이 현재보다 못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김동근 전 경기도 행정2부지사는 "북부의 재정자립도가 현재보다 떨어지는 것은 분명하나 재정 총액이 줄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리나라 시스템은 지방의 부족한 재원을 정부가 보전해주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분도 찬성자들은 지역 주도의 자기발전 계획을 수립하기 때문에 오히려 발전을 모색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편다.
김환철 경민대학교 국제비서행정학과 교수는 지난 10월 열린 '경기북부 발전을 위한 토론회'에서 "분도를 해야 한다 하지 말아야 한다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할 시기"라며 "향후 경기북도 설치는 중앙집권적 접근이 아닌 다양한 주체 간의 협력을 통한 지방의 자율성, 효율성, 민주성,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선거 때마다 정치적 이슈로만 부각되던 분도 논의가 새 정부의 지방분권 강화 정책과 맞물려 결과물을 보게 될지 지방선거 뒤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wyshi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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