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연구원 "수령 나이 늦추고, 의무가입 65세로 상향해야"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국민연금이 내년 1월에 30돌을 맞는다. 1988년 출범 이후 불과 30년 만에 국민연금은 양적으로 많이 성장했다.
1988년말 기준 443만명 수준이던 가입자는 2017년 9월말 현재 2천184만명으로 폭발적으로 늘었다.
제도시행 이듬해인 1989년 1천798명에 불과했던 수급자(노령·장애·유족연금)도 올해 9월말 현재 496만명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연금기금의 운용규모 역시 눈덩이처럼 불었다. 1988년 제도 도입 때 겨우 5천300억원에 그쳤지만, 2017년 9월말 현재는 612조4천457억원으로 급증했다. 규모 면에서 세계 3대 연기금 중 하나로 올라섰다.
하지만 30년 만에 이룬 이런 화려한 외형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국민연금의 앞길은 그다지 순탄하지 않다.
재정안정과 제도 지속가능성을 놓고 여전히 물음표를 던지는 시선이 많다.
국민연금이 30살 생일을 맞았지만, 잔칫집 분위기에 빠져있을 수 없는 까닭이다.
◇ 4차 재정계산서 기금고갈 시기 앞당겨질 듯
정부는 국민연금법에 따라 전 국민의 노후자산인 국민연금이 재정적으로 얼마나 건전한지를 진단하는 재정계산작업을 5년마다 벌인다. 건강검진처럼 재정검진을 하는 것이다.
사전에 안전점검을 해서 보험료율을 조정하거나 연금수령 시기를 늦추는 등의 대책을 마련, 시행해 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려는 취지다.
이미 2003년 1차, 2008년 2차, 2013년 3차에 이어, 30주년을 맞는 2018년에 4차 재정계산이 이뤄진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 재정추계위원회'와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 '국민연금기금운용발전위원회' 등을 구성해 가동 중이며, 여기서 논의결과를 토대로 내년에 장기재정전망과 국민연금제도 및 기금운용 개선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3차 재정계산에서는 현재의 보험료율(9%)이 유지된다는 가정 아래 거시경제와 인구 변수 추정값 등을 반영하면 국민연금의 적립금은 2043년 2천561조까지 불어나고서 급감하기 시작해 2060년에 고갈될 것으로 나왔다.
당시 정부는 이런 재정계산을 바탕으로 보험료율을 손대지 않고 그대로 유지해 지금에 이른다.
하지만 4차 재정계산의 전망은 밝지 않다.
무엇보다 국내외 경제성장률과 출산율, 기금운용수익률 등 재정계산 때 반영하는 주요 지표들이 그다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저성장 구조가 고착화하는 등 여러 가지 장벽에 부닥친 데다가,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에서 드러나듯 가입자가 줄고 보험료 수입도 감소하면서 그만큼 재정기반은 약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기금운용을 통해 수익률을 높이면 되지만,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란 말이 있듯, 국민의 소중한 쌈짓돈을 위험자산에 무분별하게 투자할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4차 재정전망과 관련해 복잡한 산식을 거쳐야 하기에 단순히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내년 4차 재정계산을 해보면 결과가 나오겠지만 (3차 때보다) 고갈 시기가 3∼4년 정도 앞당겨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별도로 국회예산정책처는 국민연금이 정부의 예상(2060년)보다 2년 이른 2058년에 고갈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보험료율 인상 본격화…수령 나이 늦추고, 의무가입 나이 65세로 상향
4차 재정계산 결과, 실제로 연금기금 소진 시기가 앞당겨지는 것으로 나올 경우, '기금고갈론'이 부상하면서 재정안정을 통한 연금제도의 지속성을 확보하고자 다양한 대책들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금까지 수십 년 묶여있던 보험료율을 올리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될 게 확실시된다.
연금 곳간을 채우는데, 보험료 인상만큼 강력한 수단은 없기 때문이다.
현재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9%다. 제도시행 첫해인 1988년 3%에서 시작했지만 5년에 3%포인트씩 두 차례 올라 1998년 9%가 됐고 지금까지 20년 가까이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국민연금연구원은 보험료율을 12.9%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보험료를 올리는 일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국민적 거부감 때문이다. 실제로 이제껏 몇 차례에 걸쳐 보험료율을 올리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여야 정치권이 부담을 느낀 나머지 번번이 무산됐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나쁘지 않다. 국민연금 관련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기금고갈이라는 국민연금의 근본문제를 해결할 방책으로 보험료 인상과 같은 민감한 문제를 비껴갈 순 없다며 과감하게 보험료 인상문제를 논의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서다.
국민연금이 재정적으로 장기간 지속할 수 있게 보험료 인상과 더불어 연금수령 나이를 지금보다 더 늦추고, 국민연금 의무가입 나이도 현행 연금수급 연령(만 65세)에 맞춰서 65세 미만으로 5년 정도 더 연장하는 방안도 논의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고령화 속에 연금재정이 악화하면서 연금수급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점진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심지어 일부 국가는 70세로 올리거나 올리는 것을 검토 중이다.
이와 관련, 국민연금연구원은 다른 어느 국가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 추세를 고려해 우리나라도 국민연금 수령 나이를 67세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현재 국민연금 의무가입 나이의 상한은 만 59세다. 하지만 은퇴 후에 연금을 받는 나이는 1998년 연금개혁조치로 2013년부터 2033년까지 60세에서 5년마다 1세씩 늦춰져 65세로 상향 조정된다. 2017년 현재 수급연령은 만 61세며, 1969년 이후 출생자의 연금수급개시 연령은 만 65세로 늦춰진다.
연금수급연령과 연금의무가입 연령 간에 격차는 현재는 2세지만 갈수록 커져 2033년에는 5세까지 벌어지면서 '가입 공백'이 길어진다.
이를 개선하려면 국민연금 의무가입 나이를 수급연령인 65세에 맞춰 단계적, 선별적 방식으로 지금보다 5년 정도 더 연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sh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