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5·18 암매장 발굴조사…새해에도 계속한다

입력 2017-12-27 15:07  

미완의 5·18 암매장 발굴조사…새해에도 계속한다
옛 교도소·너릿재·광주천변서 이어진 올해 조사 마무리
5월 단체 "수사권 보장하고 양심 증언 끌어낼 특별법 절실"
1∼2월 자료 재검토하고 추가 증언 확보…3월께 옛 교도소 발굴 재개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2009년 이후 8년 만에 재개된 5·18 행방불명자 암매장 의심지 발굴조사가 27일 올해 마지막 일정을 끝마쳤다.
발굴조사는 기록과 제보를 바탕으로 옛 광주교도소, 광주와 전남 화순 경계인 너릿재, 광주천변 자전거길에서 50여일간 이어졌으나 특별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5·18단체는 정부 차원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과 행방불명자 소재를 아는 핵심 목격자의 제보를 기다리며 내년에도 발굴조사를 이어간다.

◇ 옛 광주교도소 발굴…'암매장 흔적은 어디에'
5·18기념재단과 5월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는 1995년 5월 29일자 '12·12 및 5·18 사건' 검찰 조사기록에 남겨진 3공수여단 계엄군 지휘관 진술에서 옛 광주교도소 암매장 단서를 찾았다.

재단 등은 '담장에서 3m 정도 떨어진 곳에 시신 12구를 매장했다'는 진술 내용과 교도소 일원이 표시된 약도를 토대로 시설물 소유 주체인 법무부를 설득했다.
법무부는 5월 단체와 여러 차례 실무협의 끝에 지난달 3일 옛 교도소 발굴조사를 최종 승인했다.
재단 등 5·18단체는 그로부터 사흘 뒤인 6일 암매장 약도에 표시된 북쪽 담장 주변에서 본격적인 발굴조사에 착수했다.
역사현장을 보존하고 암매장을 역순으로 재현하고자 문화재 출토 전문 기관에 작업을 맡겼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예상과 다르게 배관 줄기와 매립쓰레기 등 과거 땅을 파내고 되메운 흔적만 속속 나왔다.
난관을 마주한 5·18단체는 3공수 전역자 제보, 광주지방검찰청 기안 등 옛 교도소 암매장 증언과 기록을 추가로 확보했다.
발굴조사를 남쪽 소나무숲과 서쪽 담장 주변 등지로 확대했으나 결과는 같았다.

5·18 당시 옛 교도소에는 3공수 등 계엄군 병력이 주둔했다. 전남 담양 등 시 외곽으로 이어지는 길목에 자리해 계엄군의 광주 봉쇄작전이 벌어졌다.
3공수 병력이 전남대학교에 억류했다가 교도소로 철수할 때 끌고 간 시민, 교도소 주변 도로를 이용하던 행인 등이 다수 희생됐다.
시신조차 수습하지 못한 옛 교도소 일원 5·18 희생자는 항쟁 37년이 지난 현재까지 신원과 숫자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 너릿재·광주천변으로 발굴조사 확대
5·18 희생자 암매장 흔적 찾기는 옛 교도소뿐만 아니라 광주와 화순 경계지역인 너릿재, 광주천변 자전거길에서도 이어졌다.

너릿재는 1980년 5월 21일 전남도청 앞 집단발포 사건 이후 광주 도심에서 철수한 계엄군 병력의 작전지역이다. 민간인 학살이 자행된 동구 지원동과 주남마을에서 멀지 않다.
광주천변은 5·18 당시 전남북 계엄분소를 담당했던 전투교육사령부(전교사) 주둔지와 지척이다.
계엄군 활동반경에 속했던 너릿재와 광주천변에서는 암매장 작업을 목격했다는 민간인 증언이 제기됐다.
5·18단체는 구체적인 제보 내용을 미뤄볼 때 암매장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단체는 전문업체 도움을 받아 도로 및 자전거길로 바뀐 너릿재와 광주천변 의심 구간에 최근 땅속탐사레이더(GPR)를 투입해 각각 이상 신호를 탐지했다.
도로 등 시설물 관리 주체인 지자체와 협의해 지난 14일 너릿재, 이날 광주천변에서 발굴조사에 착수했다.
너릿재 발굴구간 땅속에서는 도로공사용 골재만 발견됐고, 광주천변에서는 바윗덩이 외에 별다른 매설물이 나오지 않았다.

재단과 5월 단체는 기록이 아닌 증언을 토대로 발굴 대상 지역을 선정한 만큼 추가 증언 청취와 현장조사를 검토하고 있다.

◇ 특별법 제정 절실…두 달 뒤 발굴조사 재개
5·18단체는 암매장에 관여한 계엄군과 현장을 목격한 시민이 존재하는데도 발굴조사가 답보 상태에 빠진 이유로 두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

첫째는 잘못된 장소 선정이다.
단체는 보안·수용 시설이라는 특성 때문에 옛 교도소 일원이 항쟁 당시 모습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현장 상황은 달랐다.
5·18단체는 1995년 검찰에 출석해 암매장을 직접 진술한 3공수 지휘관이 발굴조사에 참여하기를 바라지만, 그의 동행을 요구할 법적 권한이 없다.
단체는 조사권과 수사권을 보장하는 5·18 특별법이 제정돼 민간이 아닌 정부 차원에서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둘째는 계엄군에 의한 암매장 흔적 훼손이다.
단체는 계엄군이 5·18 희생자 암매장뿐만 아니라 사후 증거 인멸까지 조직적이고 은밀하게 행했으리라 추정한다.
은폐된 사실을 밝혀내기 위해서는 당사자의 핵심 증언이 나와야만 한다.
단체는 양심 고백을 끌어내기 위해 가해자에 대해서는 처벌을 면제하고, 목격자에 대해서는 포상하는 내용까지 5·18 진상규명 특별법에 담도록 정치권에 요구했다.
5·18 암매장 의심지 발굴조사는 자료 재검토와 추가 증언 수집 등 정비 시간을 두고 내년 2월 말이나 3월 초께 재개된다.

1980년 당시보다 지표면 높이가 5m가량 올라간 옛 교도소 북쪽 테니스장 땅속 상태를 우선 살펴볼 계획이다.
김양래 5·18재단 상임이사는 "연말까지 의미 있는 소식을 전해드리고 싶었는데 죄송하다"며 "그러나 포기할 일은 아니고 암매장 구덩이 흔적이라도 반드시 찾아내겠다"라고 말했다.
h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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