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03명 감염돼 최소 42명 숨져…백신 거부 영향 끼친 듯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인도네시아에서 급성 전염병인 디프테리아가 확산하면서 보건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현지 교민 및 여행객도 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7일 자카르타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보건부는 올해 초부터 이달 24일까지 전국 34개주 중 28개주에서 디프테리아 확진자 903명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말(591명)보다 300명 이상 늘어난 것이며, 전년도(415명)의 갑절이 넘는 수다.
환자들은 인구 밀집 지역인 동자바와 서자바 주에 집중돼 있었다.
보건당국은 현재까지 최소 42명이 디프테리아 감염으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사태가 악화하자 자카르타 등 일부 지역에선 이달부터 대대적인 백신 접종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지만, 효과를 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디프테리아는 호흡기 점막이 약한 어린이들에게 주로 발생하는 전염병으로 균이 생성하는 독소 때문에 합병증이 발생할 경우 심장쇠약을 일으켜 사망할 수 있다.
최근에는 백신 보급으로 거의 퇴치된 질병이며, 인도네시아에서도 1990년대까지는 발병 사례를 찾기 힘들었으나 이후 완만하게 발병자 수가 늘어왔다.
전문가들은 1998년 민주화 이후 혼란기에 보건 관련 가족교육 프로그램이 폐지되고 지방 분권화가 진행되면서 전국적인 보건정책 추진이 어려워진 것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슬람 식으로 변용된 백신접종 거부 운동이 확산하면서 어린이들의 예방백신 접종률이 급락한 것도 환자 급증에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닐라 물룩 인도네시아 보건부 장관은 "디프테리아 유행은 사람들이 백신접종을 거부하면서 자녀들의 면역과 저항력이 약해진 결과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예방백신에 이슬람 율법상 허용되지 않은 물질이 들어있다는 등의 주장을 펴고 있다. 일부 이슬람 기숙학교 등도 이에 동조해 재학생에 대한 백신 접종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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