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연합뉴스) 여운창 기자 = 요즘 광주시청과 자치구청이 매우 시끄럽다.
연일 지역 신문 주요 지면을 차지하고 방송 뉴스 선 순위를 오르내리고 있다.
구청장이 기자들을 만나고 시청 국장이 대응에 나서고 보도자료를 발표하고 시장도 유감을 표명했다.
공무원들도 만나기만 하면 '저러면 되느냐 선거 때문이 아니냐'며 그 얘기뿐이다.
광주 공직사회가 오직 그 이슈에 '올인'한 듯한 모습이다.
오랜만에 공무원들의 관심을 하나로 모으고 있는 문제는 시청과 구청 간의 인사교류 갈등이다.
수개월을 끌어온 시-구청 협의가 무산되고 일부 구청장들이 인사교류를 거부하자 시청은 해당 자치구에 대해 최후통첩을 했다.
현행 인사교류 내용에 거부감을 지닌 민형배 광산구청장은 28일 시의회 기자실까지 찾아와 자신의 입장을 또 알렸다.
시청과 구청의 인사교류 갈등은 이처럼 지역 공직사회를 벌집 쑤신 것처럼 만들었지만 정작 행정의 주인인 시민은 시쳇말로 하나도 관심 없다.
구청의 부구청장으로 시청에서 누가 가는 지, 왜 가야 하는 지, 구청은 이들을 왜 받지 않으려 하는 지, 시청과 구청이 왜 그렇게 싸우는지 알려고 하지 않는다.
거기에 내년 지방선거가 양념처럼 곁들여지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시민 관심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신문과 방송이 아무리 떠들어도 '그들만의 리그'일 뿐 그저 공무원끼리 싸움이다.
시민 생활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갈등에 공직사회가 볼썽사나운 모습만 보여주기 때문이다.
시청과 구청의 싸움이 길어지면서 늘어나는 것은 공직사회를 바라보는 시민의 냉소뿐이다.
공무원들이 자기들 밥그릇 싸움은 저렇게 치열하게 하면서 정작 해야 할 일들에는 관심이 없다는 차가운 시선이다.
해를 넘기는 지역의 대형 현안들이 한둘이 아닌 데다 묶여 있는 시민 생활 속 규제나 외면받고 있는 민원에 대한 그들의 관심은 요즘 갈등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정권이 바뀐 중대한 시기에 같은 지역 공무원들끼리 협력하고 도와도 부족할 판에 싸우기만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누구 때문에 저렇게 싸우는지 모르겠지만, 지역 사업을 해결하는데 저렇게 공무원 모두 관심을 두고 나섰으면 풀지 못할 사업들이 없었을 것이다"라는 한 구청 공무원의 말은 이번 갈등을 보는 평범한 시민의 마음과 다르지 않을 것 같다.
b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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