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째 매주 을지대병원 찾아 환자 머리카락 말끔히 다듬어
"내 작은 재능이 누군가에 큰 기쁨이 돼 행복"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이발사 이길만(72)씨는 매달 넷째 주 수요일 병원에 간다.
대전 유성구에서 국제이용원을 운영하는 그는 이날이면 어김없이 을지대학교병원 중환자실을 찾아 환자 머리카락을 말끔히 다듬어 준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은 이씨에게 몸을 맡긴 채 매무새를 정돈하며 기분을 전환한다.
이씨가 병원에서 이발 봉사를 한 지는 1년 정도 됐다.
이발소에 손님으로 찾아온 홍인표 을지대학교병원장에게서 중환자실 환자의 어려움을 전해 들은 게 계기가 됐다.
이씨는 "생사를 넘나들며 병마와 싸우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그들을 위해 봉사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27일 말했다.
처음엔 환자 머리카락을 깎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오랜 기간 누워 있었던 탓에 머리카락이 잔뜩 헝클어진 채 어수선하게 덮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위질 몇 번에 금세 말쑥해지는 환자 얼굴을 바라보면 큰 보람을 느꼈다고 이씨는 전했다.
이씨는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었던 한 젊은 환자는 이발을 마치고 나면 수줍은 미소로 감사 인사를 대신한다"며 "그를 볼 때마다 자식 같은 마음에 눈시울이 붉어진다"고 가슴 아파 했다.
앞서 이씨는 40여년 전부터 봉사 활동을 했다.
그는 "우연히 보육원에서 이발 봉사를 하게 된 게 그 시작"이라며 "내 작은 재능이 누군가에겐 큰 기쁨이 된다는 것에 행복했다"고 말했다.
그 후 지금까지 일주일에 하루를 정해 빠짐없이 사회복지시설이나 요양원 등을 찾아 이발 봉사를 하고 있다.
이씨는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로 치료에까지 도움을 줄 수 있어서 뿌듯하다"며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이 봉사 활동을 계속하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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