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훌륭한 기업인 되고 싶었다…승계 뇌물청탁 없었다"(종합)

입력 2017-12-27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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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훌륭한 기업인 되고 싶었다…승계 뇌물청탁 없었다"(종합)
"대통령이 도와주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어리석지 않아"
항소심 최후진술서 무죄 주장·선처 호소…"재산·자리 욕심 없었다"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기소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27일 "모든 게 제 불찰"이라며 "모든 법적 책임은 제가 지고 도덕적 비난도 제가 받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혐의와 관련해선 경영권 승계 작업을 위해 뇌물을 제공했다는 특검 주장을 반박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최후진술을 통해 이 같은 심정과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직접 준비해온 최후진술 내용을 적은 종이를 읽어내려갔다. 지난 1심 최후진술 당시 울먹이던 때보다 차분해진 모습으로 감정이 격해질 때마다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발언 도중 재판부를 응시하며 "억울하다", "잘 살펴봐 달라"고 적극적으로 호소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우선 "저는 재산, 지분, 자리 욕심 같은 건 추호도 없었다"며 "제 꿈은 삼성을 열심히 경영해서 세계 초일류 기업의 리더로 인정받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를 위해선 "전적으로 제가 잘해야 한다. 제가 못해내면 누가 도와줘도, 대통령 할아버지가 도와줘도 이루지 못할 것"이라며 "대통령이 도와준다면 성공한 기업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어리석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자신의 꿈을 강조하면서 울컥하는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이병철 손자, 이건희 아들로서가 아니라 선대 못지않은 훌륭한 업적을 남긴 기업인 이재용이 되고 싶었다"고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특히 그는 "저는 아버지처럼 셋째 아들도 아니고 외아들"이라며 "다른 기업과 달리 후계자 자리를 놓고 경쟁하지도 않았다. 회장님 와병 전후가 다르지 않다"라며 '경영권 승계 작업'이라는 '현안'이 있었고 이를 위해 '부정한 청탁'과 함께 뇌물을 건넸다는 특검 측 프레임을 반박했다.
또 "건방지게 들릴 수도 있지만, 저는 자신도 있었다"며 "이런 제가 왜 뇌물까지 줘가며 승계를 위한 청탁을 하겠나. 인정할 수 없다. 그런 적 없다. 제 꿈을 이루기 위해 누구의 힘을 빌릴 생각도 없었고 빌리지도 않았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그러면서 "질타하고 꾸짖는 분들께는 송구하기 그지없다"며 "바닥까지 떨어진 저 이재용의 기업인으로서의 신뢰를 어떻게 되찾을지 생각하면 앞이 막막하다"고 답답해했다.
그는 "실타래가 꼬여도 너무 복잡하게 엉망으로 엉켜버렸다"며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건 모든 게 다 제 불찰이란 것"이라고 반성했다.
이 부회장은 "모든 일이 저와 대통령의 독대에서 시작됐다. 원해서 간 게 아니라 오라고 해서 간 것뿐이지만 제가 할 일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며 "모든 법적 책임은 제가 지고 도덕적 비난도 제가 다 받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차장을 거론하며 "만일 제가 어리석어 죄가 된다고 판단한다면 제게 벌을 내려달라. 여기 계신 다른 피고인들은 회사 일을 열심히 하다가 이 자리에 섰을 뿐이니 제가 다 지고 가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 뒤를 이어 최지성 전 미전실장은 "국민을 충격에 빠트린 사건에 연루돼 한없이 부끄럽다"며 "제 잘못된 판단과 부주의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역시 "공직자에게 정도에 어긋난 부탁을 한 적이 결코 없다"면서도 "좀 더 깊게 생각 못 하고 멀리 내다 못 본 제 불찰과 부주의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이날 재판이 끝나자 변호사들과 인사를 나눈 후 미소를 띤 채로 특검 측에 악수를 건네기도 했다.
s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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