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간 8년형에 관행 또 도마…노벨평화상 류사오보도 성탄절에 11년형
인권단체 "엉터리재판 자인하는 꼴"…해마다 써먹어 이젠 효과 시들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중국 사법당국이 크리스마스 직후인 지난 26일 인권운동가 우간(吳감<삼수변에 金>)에게 징역 8년형을 선고하면서 크리스마스를 시작으로 서방 세계가 기나긴 휴가철에 들어가는 연말에 반정부 인사들에 대한 처벌을 감행하는 '관행'이 도마 위에 올랐다.
중국 정부가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 만한 자국 반정부 인사들을 성탄절이나 연말 등 국제사회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졸속 재판 등으로 징역형에 처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은 우간의 선고 소식을 전하면서 중국 당국이 반정부 인사들에 대한 재판과 형 선고 시기로 연말연시를 선호하는 것은 "나쁜 소식을 덮을 최적의 시기"이기 때문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소개했다.
우간은 2009년 정부 관료에 의한 성폭행 시도를 막는 과정에서 살인을 저지른 발 관리사 덩위쟈오(鄧玉嬌)를 위한 온라인 구명운동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중국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인권운동을 펼치던 그는 중국 당국이 2015년 7월 9일 인권활동가들을 대대적으로 잡아들인 이른바 '709 검거'때 붙잡혀 재판도 받지 못한 채 푸젠과 톈진구치소 등에 구금돼왔다.
홍콩에 본부를 둔 인권 감시단체 중국인권변호사관주조(CHRLCG) 관계자 킷찬은 크리스마스에 우간에 징역형을 선고한 것은 "당국이 특히 국제사회의 중요하거나 긴 휴일 즈음에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나 전략"이라며 "대중, 특히 외교가의 시선"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우간 이외에 민주화 운동가들이 창당한 중국민주당의 전 당원인 친융민도 오는 29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중국 당국은 반정부 인사들에 대한 재판과 형 선고를 의도적으로 연말에 처리한다는 의혹을 줄곧 부인해왔다.
그러나 그동안 연말 휴가철에 서둘러 재판을 받고 징역형에 처해진 중국 반정부 운동가들의 사례는 한두 건이 아니다.
지난 7월 사망한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인권운동가 류샤오보(劉曉波)는 2009년 성탄절 당일에 징역 11년형을 선고받았다.
이보다 2년 앞선 2007년 크리스마스에는 노벨평화상 후보에도 이름을 올린 인권운동가 후자(胡佳)가 베이징 자택에서 연행돼 이후 징역 3년 6개월형을 선고받았다.
2015년 크리스마스 직전에는 중국 반체제 예술가 아이웨이웨이를 변호한 인권변호사 푸즈창(浦志强)이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2011년 크리스마스 다음 날에는 인터넷에 정부 비판 글을 올린 작가이자 민주화 운동가 천시(陳西)와 천웨이(陳偉)가 각각 징역 10년과 9년에 처해졌다.
국제앰네스티 중국 담당 연구원 패트릭 푼은 "언론과 국제사회의 감시를 피하려 함으로써 중국 정부가 이러한 엉터리 재판이 세밀한 조사를 버텨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의 이런 전략이 관행처럼 굳어지면서 오히려 부작용을 낳기 시작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간의 경우 선고일이 크리스마스로 예정됐다는 사실이 사전에 언론 보도를 통해 대대적으로 조명됐으며 CHRLCG의 킷찬은 "이런 전략이 잘 알려지면서 효과도 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 주재 독일대사관과 미국대사관은 27일 공동 성명을 내고 중국 당국의 결정을 비판하며 우간의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했다.
mong0716@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