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영화굴기 노리나…'일대일로' 활용 영화시장 확대

입력 2017-12-28 11:53  

중국 영화굴기 노리나…'일대일로' 활용 영화시장 확대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중국 영화계가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에 편승해 해외 수출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27일 보도했다.
중국과 아시아, 중동, 유럽,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일대일로 계획은 철도를 비롯한 인프라 투자와 무역 확대에 역점을 두고 있지만 영화라는 문화상품의 수출도 늘릴 수 있는 호기라는 것이 이들의 기대다.
베이징의 영화사 샤인워크 미디어는 일대일로 계획이 겨냥하는 국가들의 영화사들과 합작을 모색하고 있다. 이란과 코미디 영화, 인도네시아와 재난 영화를 공동으로 제작키로 한 것이 일대일로를 염두에 둔 사업들에 속한다.
완성을 앞둔 중국-카자흐스탄 합작 영화 '작곡가'는 그 대표적 사례다. 카자흐스탄에서 활동한 중국 작곡가의 생애를 다뤘다는 점에서 제작의 취지가 분명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의 연설 속에서 작곡가의 이름이 언급된 데서 힌트를 얻었다는 것이 제작자의 말이다. 이 제작자는 중국 국영 언론과 인터뷰에서 "시 주석의 연설에 감명을 받았고 바로 영화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중국 영화제작자들은 영화를 일대일로 계획의 중요한 일부로 간주하는 당국의 입장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실크로드연변 국가들과 영화제, 영화제작을 통한 인적 교류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중국 영화계에서 정부의 지원은 금전적 투자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정부의 정책적 지침을 따르는 영화들은 검열과 기타 행정적 규제를 수월하게 통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영 TV에는 수많은 선전 영화들이 소개되고 있다. 일대일로를 테마로 한 작품들이 아직까지 상업 영화의 범주 쪽에 머물고 있지만 정치 선전이 개입되면 해외 시장 개척에는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이런 영화를 보는 외국인 관객들은 바로 중국 정부에 영합하는 것임을 알아챈다. 해외 시장에서 반향을 일으키는 중국 영화가 거의 없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1월 개봉된 중국-인도 합작 영화 '쿵후 요가'에서도 정치 선전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영화는 고대 티벳의 보물을 찾아 나선 중국 남성 고고학자와 인도 여성 고고학자의 활약을 그린 것이다.인도 여성 고고학자가 이 영화의 한 대목에서 "우린 중국과 인도의 고고학 협력을 증진할 수 있어요. 일대일로 정책에도 부합하겠죠"라고 말하자 중국 고고학자역을 맡은 청룽은 "당연하지"라고 대답하고 있었다.
이달초 푸저우에서 열린 제4회 실크로드 국제영화제는 중국과 실크로드 국가들의 합작이 확대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행사였다. 주최측은 고대의 무역로를 보여주는 대형 지도를 걸었고 중국 유명 배우들은 그 위에 속속 자필 서명을 남겼다.
터키 영화 '요리사와 공주'는 작품의 성격이 중국 정부의 구미에 맞았던 덕분으로 손쉽게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외적의 침략을 알리기 위해 터키 요리사를 데리고 현지를 방문한 중국 공주의 얘기를 담은 13세기 전설을 다룬 것이었기 때문이다.
제작자인 무라트 야부즈는 지난 3년간 투자자를 물색하던 끝에 중국 투자자를 만날 수 있었다. 중국 투자자들은 실크로드를 테마로 한 작품이라는 사실을 말하자 반색했다는 것이다.
영화는 지난 5월 촬영에 들어갔고 야부즈 감독은 중국과 터키는 물론 몇몇 실크로드 지역에서 로케이션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는 실크로드 국가들에서 이 영화를 선보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중국 내에서도 일대일로를 테마로 한 민족주의 성격의 대작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중국의 이동통신사 직원이 유럽 라이벌을 누르고 아프리카에서 계약을 따내는 성공담을 다룬 '차이나 세일즈맨(中國推銷員)', 미국이 수습에 실패한 아프리카 재난 현장을 찾아간 중국 정부 요원들을 미화한 '울프 워리어(戰狼)'가 단적인 실례다. '올프 워리어'는 올해 중국에서 최고의 흥행 성적을 거둔 영화다.
'차이나 세일즈맨'의 탄 빙 감독은 일대일로 테마가 해외 바이어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고 밝히면서 이미 30여개 실크로드 연변 국가들에 영화 배급권을 팔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jsm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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