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본사 부사장 방한…'SKB 페북 대란' 입장 설명할 듯

입력 2017-12-28 11:57  

페이스북 본사 부사장 방한…'SKB 페북 대란' 입장 설명할 듯
美 방통위원장 출신…방통위 제재 문제 논의 전망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페이스북의 통신 정책 담당 부사장이 다음 달 한국을 찾는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가 페이스북의 국내 망 사용과 관련해 불공정 행위를 했는지를 조사하는 만큼 해당 사안에 대응하는 행보로 추정된다.
28일 IT(정보기술) 업계에 따르면 페이스북 본사의 케빈 마틴 부사장은 다음 달 한국을 찾아 방통위 관계자 등을 만날 예정이다.
페이스북코리아는 "마틴 부사장의 방한 사실은 맞다. 구체적인 방한 날짜와 일정은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방통위의 페이스북 제재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본사 고위관계자가 직접 대응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마틴 부사장은 미국의 방통위인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을 맡았던 세계 통신 업계의 거물로 2015년 페이스북 부사장으로 영입됐다.
페이스북은 작년 말 SK브로드밴드(SKB)와 망 사용료에 관한 갈등을 겪다 회선 설정을 바꿔 SKB 고객이 페이스북 서비스에 접속하기 어렵게 했다는 의혹에 휘말려 방통위 사실 조사를 받고 있다.
방통위 사실 조사는 단순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실태점검보다 수위가 더 높은 조처로, 시정명령이나 과징금 등 행정 제재를 받을 공산이 크다는 의미다.
방통위는 애초 올해 5월 페이스북에 대해 실태점검을 벌였고 이어 8월 이를 사실조사로 전환했다.



페이스북코리아 관계자는 "글로벌 통신 정책 담당인 마틴 부사장이 우리 정부 관계자를 만날 것으로 보이나, 구체적으로 누구를 만나서 어떤 얘기를 할지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페이스북 측으로부터 고위자 면담 신청 등 통보를 아직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SKB 고객이 겪은 '페북 대란'(접속 장애)은 외국계 IT 사업자와 국내 통신사 사이의 다툼 탓에 이용자 불편이 발생한 첫 사례다.
애초 SKB 사용자가 동영상 등 페이스북의 고용량 콘텐츠를 끊김 없이 보려면 SKB망에 '캐시(Cache) 서버'란 설비를 넣어야 한다. 그런데 SKB가 해당 서버의 망 사용료를 페이스북이 내야 한다고 밝히며 갈등이 빚어졌다.
캐시서버가 한국 회선을 쓰기 때문에 인터넷 기업이 돈을 내야 한다는 것이 SKB의 논리지만, 페이스북은 '일방적 요구'라며 지급을 완강히 거부했다.
작년 말 이처럼 페이스북과 SKB의 협상이 결렬된 이후 적잖은 SKB 사용자들은 페이스북 접속이 느려지거나 아예 안되는 문제를 겪었다.
SKB는 장애가 페이스북 탓이라고 주장한다.
현재 페이스북은 KT에만 서버 망 사용료를 내고 캐시서버를 운영하며, SKB와 LG유플러스는 KT 측 캐시서버에 우회 접속하는 임시방편을 쓰고 있다.
그런데 페이스북 측이 협상 결렬 뒤 KT 캐시서버의 우회 접속 경로를 막아 자사 사용자에게 불편을 줬다는 것이 SKB의 설명이다.
해당 접속 장애는 올해 봄께 사라진 상태다.
이번 사안은 외국계 IT 기업의 '인터넷망 무임승차' 논란을 촉발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토종 사업자는 모두 서버 망 비용을 내는데, 페이스북이 영향력을 앞세워 사용료 지급을 회피하는 건 '글로벌 갑질' 아니냐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마틴 부사장 방한을 계기로 페이스북이 SKB 등과의 망 비용 협상에서도 태도가 바뀔 수 있다는 추측이 일부 나온다.
페이스북 관계자는 "망 사용료 이슈는 마틴 부사장의 업무(정책)와는 전혀 무관하다"며 이런 관측을 부인했다.
한국에서는 캐시 서버의 망 사용료를 누가 낼지에 관한 법규가 없다. KT 등 통신사와 페이스북 같은 사업자가 협상으로 정할 문제다.
우리 정부 관계자는 "일선 업체가 협의할 비용 부담 관계를 국가가 정해주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t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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