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재산권 침해 인정, 저작인격권 침해는 인정 안 돼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드라마 속 배경음악으로 러시아 가수의 음원을 무단 사용한 방송사에 법원이 2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이흥권 부장판사)는 러시아 유명 가수인 드미트리 말리코프가 KBS를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KBS는 200만원을 배상하고, 드라마에서 해당 음원을 삭제하고 드라마를 복제·공중송신·배포하지 말라"고 판결했다고 28일 밝혔다.
KBS는 2007년 방송제작사와 20부작 드라마 '못된 사랑' 제작 계약을 맺었다. 음악감독 최모씨는 말리코프의 음원 4곡을 20부 중 18부에 배경음악으로 사용했다.
말리코프 측은 방송사가 음원을 무단으로 사용한 드라마를 방영해 저작재산권(저작자의 경제적 이익을 보전하기 위한 권리)을 침해했다며 작년 11월 음원을 삭제하고 1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엔딩 크레디트에 자신의 이름을 표시하지 않았고, 일부 음원을 임의 편곡해 저작인격권(저작자의 명예와 인격을 보호하기 위한 권리)을 침해했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KBS 측은 "음원을 무료로 사용해도 좋다는 허락을 구두로 받았다"고 반박했다.
말리코프가 러시아에서 최씨를 만나 음반과 소규모 공연 실황을 담은 DVD를 주면서 프로모션을 위해 음악을 되도록 많이 사용해 달라고 부탁했고, 최씨가 고려해 보겠다는 취지로 답했다는 것이다.
또 드라마는 엔딩 크레디트에 음악감독만 간단히 표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편곡 주장 또한 원곡에 변화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편집한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부탁은 홍보 차원에서 음원을 사용해달라는 것으로 이를 무료 사용을 허락하겠다는 취지로까지 해석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저작재산권 침해는 인정했다.
다만 우리나라 드라마의 경우 엔딩 크레디트에 할애되는 분량이 적어 저작자들의 성명을 일일이 표시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점 등을 들어 저작인격권 침해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음원을 편곡해 사용했다는 주장도 증거가 없다고 봤다.
배상액에 대해선 드라마 음악의 경우 광고 음악 등에 비해 낮은 액수의 사용료를 내는 점, 배경음악으로만 사용된 점 등을 종합해 1곡당 50만원씩으로 결정했다.
가수와 피아니스트를 겸업하는 말리코프는 팝과 클래식을 넘나들며 지난 20년간 2천만장이 넘는 음반 판매고를 올린 러시아의 국민 가수로 불린다.
bo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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