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하도급거래가 맑아져야 '강소기업'이 성장한다

입력 2017-12-28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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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하도급거래가 맑아져야 '강소기업'이 성장한다

(서울=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28일 원청업체의 하도급 업체 기술유용 행위에 대한 전속고발권 폐지 등을 담은 '하도급거래 공정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공정한 하도급 거래질서 확립을 위해 마련된 이번 종합대책은 총 23가지에 달한다. 대책에 따르면 원청업체로부터 기술유용을 당한 하도급 업체는 이를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사법당국에 고발할 수 있게 된다. 기술유용에 대한 배상 규모도 현행 피해액의 3배 이내에서 10배 이내로 확대된다. 원청업체가 하도급 업체로부터 원가 자료를 강제로 받아내 납품 단가를 후려치는 행위는 아예 법률로 금지된다. 피해 액수를 산정하기 어려운 '갑질' 행위에 부과하는 과징금 상한도 현행 5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늘어난다. 대책은 또 징벌적 손해배상제 적용 대상에 원청업체의 하도급 업체에 대한 '보복 행위'를 추가하고 피해액의 3배에 해당하는 손해 배상이 가능하도록 했다. 원청업체가 하도급 업체에 전속 거래를 강요하는 행위 역시 위법행위로 규정돼 금지된다.

공정위가 이런 대책을 마련한 것은,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가 더는 묵과하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 같다. 대기업이 경제성장의 과실을 훨씬 더 많이 차지하면서 중소기업은 갈수록 영세해지고 생산성도 하락한다는 것이다. 이런 힘의 불균형은 불공정한 거래로 이어지고 결국 경영 실적의 양극화를 심화한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방치할 경우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대책은 의미가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한국 경제는 샴페인 잔과 같아 중소기업 등 허리가 너무 부실하다"며 "이런 진단은 20년 전에 이미 나왔지만, 개선은커녕 악화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를'의 눈물의 닦아주는 것이 정부의 중요 과제"라고 강조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국내에는 원청업체 5천여 개에 하도급 업체 9만5천 개가 있다. 그런데 원청 사업자가 단가조정, 품질관리, 사후관리 등 명목으로 하도급 사업자의 원가나 기술 자료를 요구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관행은 하도급 업체의 단가 인하, 납품 물량 축소, 거래 단절, 기술탈취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 9월 중소 벤처기업부가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부설 연구소를 가진 2천여 개 중소기업에서 '대기업 기술탈취'를 경험한 사례가 526건(피해액 3천63억 원) 신고됐다. 국내 중소기업이 약 300만 곳에 달하는 점을 생각하면 이런 기술탈취 피해는 훨씬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이런 피해를 봐도 사실관계를 제대로 입증하기 어려워 구제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신고자의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아 대기업의 보복까지 걱정해야 처지라고 한다.

공정위 대책 중 11개는 국회의 법 개정이 필요한 것이다. 공정위가 내년 하반기 시행 목표를 맞추려면 국회에서 법안이 제때 처리돼야 한다. 국회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공정위는 나머지 대책의 시행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중소기업은 전체 근로자의 88%가 근무하는 소중한 일터다. 강소기업(강한 중소기업)이 많이 나와야 좋은 대·중소기업 양극화가 완화되고 좋은 일자리도 늘어난다. 대기업의 기술탈취 같은 후진적 환경을 바로잡지 않는 한 강소기업을 키우기는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공정위 대책은 박수받을 만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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