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년 특집] ③인생 2막 vs 사회 첫발…신구 개띠 화두는 '일자리'

입력 2018-01-0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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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술년 특집] ③인생 2막 vs 사회 첫발…신구 개띠 화두는 '일자리'
실직자 10명 중 절반이 20대…은퇴 58년생 제2 인생 위해 재취업 필수
혈기왕성 58년생 더 일하고 초년병 94년생 안정적 일자리 마련 '숙제'

(전국종합=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무술년에 만 24살이 되는 1994년생 개띠는 앞날이 창창한 '미래형 인간'이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다면 사회 초년병으로서 한층 열심히 일할 때다. 대학 진학 후 군 복무를 안 했으면 지난해 취업 문을 두드렸을 테고, 군 복무를 했어도 내년에는 사회에 진출하게 된다.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캠퍼스 밖 사회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부푼 기대감을 갖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이들을 맞이하는 것은 '고용 절벽'이라는 냉혹한 현실이다.
고용시장에 불어닥친 한파는 매섭기만 하다. 취업 환경이 개선되지 않은 탓에 일자리를 찾기가 어려워지면서 근심은 날로 커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11월 말 기준 실업자는 87만4천명이다. 이 가운데 20∼29세가 43.8%(38만3천명)로 실업자 10명 중 4∼5명은 20대인 셈이다.
격동의 시대를 파란만장하게 보냈던 58년 개띠들은 올해 환갑을 맞아 사회 제1선에서 물러나 인생 2막을 준비하고 있다.
궁핍했던 '보릿고개'를 극복했고 '한강의 기적'을 견인한 주역들로 영욕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었던 그들이지만 노후를 위한 제2 인생을 준비하는 데 겪는 어려움은 20대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평범한 58년 개띠를 기준으로 한다면 반평생 살면서 번 것이라곤 집 1채와 퇴직금, 월 100여만원 조금 넘는 국민연금이 전부다.
'120세 시대'가 눈앞에 성큼 다가선 상황에서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다면 '황금빛 인생 2막'이 아니라 어릴 때 경험했던 보릿고개의 새로운 시작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일선에서 물러나는 58년 개띠나 희망에 부풀어 새롭게 사회에 진출하는 94년 개띠 화두는 일자리다.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고단할 삶을 피해가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비록 정년퇴직했지만 여전히 왕성한 경제활동 능력이 있는 58년 개띠들이 사회에서 더 일할 수 있게 하면서 사회 초년병 94년 개띠들을 위한 안정적인 일자리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 우리사회의 숙제다.
지난해 2월 경남의 한 지방대를 졸업한 김모(24)씨는 언론인이 되는 게 꿈이었다. 신문방송학과를 일부러 골라 진학했을 정도였다.
대학 졸업 후 지역방송국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편집 업무도 담당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꿈을 접었다.
10대 때의 꿈보다는 안정된 직장이 김씨의 급선무가 된 셈인데, 지금은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김씨는 "기업이 정규직 채용을 늘려 안정적인 일자리가 늘어나야 한다"며 "공무원 시험에 청년들이 몰리지 않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두 달 뒤면 4학년이 되는 강원 지역의 대학생 유모(24)씨는 요즈음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노력하면 잘 되겠지'라고 마음을 다잡으며 학업에 전념하지만 '1년 뒤에도 이 자리에서 공부하는 취업 재수생 신세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 때면 마치 천길 낭떠러지에서 추락하는 기분마저 든다.
유씨는 "바늘구멍 같은 취업 문을 넘어서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며 "취업 경쟁자가 너무 많아 지금 이대로라면 서류 심사 때 광탈(광속 탈락)할까 걱정스럽다"고 털어놨다.
대학생들이 품고 있던 꿈은 사라졌다. 오로지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는 게 최선일 정도로 각박한 세상이 됐다.
기업이 정규직 채용을 늘리고 정부는 취업 준비생들을 위한 실질적 효과가 있는 일자리 지원 시스템을 마련해 줬으면 하는 게 이들의 바람이다.
94년 개띠보다 36년을 더 산 58년 개띠의 사정도 이들과 별단 다르지는 않다. 은퇴 후 연금만으로 여생을 보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일자리를 놓고 고민해야 할 처지가 됐다.

다행히 이들의 취업 영역은 서로 다르다. 58년 개띠들이 아들뻘인 94년생 개띠들과 동일한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영역에서 공존과 상생을 모색할 수 있는 공동운명체를 구현하는 것이 가능하다.
58년 개띠인 전북지방경찰청 박정근(60) 보안과장은 올해 말 퇴직한다.
박 과장은 "일자리라는 파이를 노년층과 청년층이 나눠 가지려 해서는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일만 할 줄 알았을 뿐 자신에게 투자하는 데 인색했다는 박 과장의 꿈은 퇴직 후 여행사 대리점을 차리는 것이다. 청년층의 일자리를 침범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는 얘기다.
그는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했다는 3포 세대, 여기에다가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를 포기했다는 5포 세대 등의 신조어가 생겨나는 현실은 비극 그 자체"이라며 "나라의 성장동력이 될 청년층이 어깨를 펼 수 있게 우리가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주에서 자동화 공작기계 판매 업체를 운영하는 박모(60)씨도 "인생 2막을 시작하는 58년 개띠들이 94년 개띠들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인생선배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대전 서구청 교통과장을 지낸 박영식(60)씨는 34년간 공직에 몸담았다가 작년 6월 말 퇴직했다.
박씨는 자비를 털어 창단한 대전팝스오케스트라를 14년째 운영하고 있다.
그는 "한번 공연하려면 단원 등 50명이 움직여야 하는데, 그것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고 회사 직원을 먹여 살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요즈음 혼밥·혼술이라는 말을 듣다 보면 마치 가족이 해체되는 것 같아 안쓰럽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예산만 허투루 쓰지 않는다면 더 많은 청년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k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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