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 본격화…58년생 정년퇴직 70년생이 조직 중추 떠올라
자산 축적 은퇴세대 첫 출현…사회적 역할 기대, 재교육 필요
[※편집자 주 = 베이비부머 세대의 핵심이면서, 궁핍했던 유년기를 거쳐 '한강의 기적'을 견인한 '58년 개띠'가 올해 환갑을 맞아 일선에서 물러납니다. 반면 교복 자율화 첫 세대이고, 2차 인구 팽창기 중심세대인 '70년 개띠'는 사회 초년병 시절 맞닥뜨린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우리사회의 든든한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 '88만원 세대'라고 불리던 '82년 개띠'는 여전히 저임금·비정규직의 굴레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무술년(戊戌年) 개띠 해를 맞아 개띠 세대의 치열한 삶을 되돌아보고, '94년 개띠'를 포함해 이들이 남긴 발자취와 인생 여정, 당면 과제, 새해 포부 등을 살펴보는 기사를 3회에 걸쳐 송고합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58년 개띠'. 하도 많이 들어 친숙함을 넘어 고유명사처럼 귀에 익은 말이다. 그해 출생한 사람들은 으레 나이를 소개할 때 연도와 띠를 묶어 '특별함'을 부각한다. 그 속에는 격동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으면서 치열한 삶을 살아왔다는 자부심이 깔렸다.
그들의 주장처럼 우리 사회에서 1958년생의 의미는 남다르다. 우선 이들은 1955∼1963년 인구 팽창기를 일컫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핵심이다. 전쟁의 상처가 수습되면서 1958년 출생 인구는 폭발적으로 늘어 사상 처음 90만명을 넘었다.
급속히 불어난 출생 인구로 인해 학교에는 60∼70명이 바글거리는 '콩나물 교실'이 등장했고, 오전·오후로 교실을 나눠쓰는 '2부제 수업'도 흔했다. 궁핍한 유년시절을 보내면서 마지막으로 '보릿고개'를 경험한 세대다.
1974년 일명 '뺑뺑이'로 불리는 고교 평준화가 시행돼 시험 없이 고등학교에 진학한 첫 세대이면서 역대 가장 치열한 경쟁을 뚫고 대학 문턱을 밟은 당사자(77학번)이기도 하다.
유신정권 몰락과 5공화국 탄생의 정치 격변기를 경험했고, 사회의 중추역할을 하던 39세 때(1997년)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거리에 내몰리는 아픔도 맛봤다.
그러나 이들은 급속한 경제성장의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린 세대로도 평가된다.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초고속 경제 성장기를 거치면서 어렵잖게 일자리를 구했고, 장사나 사업도 호황을 누려 부(富)를 축적할 기회가 그만큼 많았다.
58년 개띠가 영욕을 함께 누린 세대라면 70년 개띠는 억세게 운이 좋게 학창시절을 지낸 '신인류'다.
우선 경부고속도로가 뚫리고 경제개발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던 경제부흥기에 태어나 배 곯지 않는 유년기를 보냈다. 2차 베이비붐(1966∼1974년)을 타고 연간 출생인구 100만명을 처음 넘긴 당사자들이기도 하다.
1983년 중학교에 들어갈 때는 교복 자율화라는 특별한 경험을 하면서 유니폼 대신 '개성'의 가치를 확실하게 몸에 익힌 첫 세대다. 대학생 과외 허용과 해외여행 자유화 혜택도 가장 먼저 누렸다. 학생 군사훈련 과목인 교련과 입영훈련 제도가 폐지된 것도 이들부터다.
넓게 보면 '386세대'에 속하지만, 1987년 6월 항쟁 이후 대학생(89학번)이 돼 이전 학번과 비교하면 화염병과 최루탄이 많이 사라진 캠퍼스에서 낭만과 여유를 누린 세대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은 사회 진출과 더불어 외환 위기의 직격탄을 맞는다. 어렵게 들어간 회사가 도산하거나 입사가 취소되면서 극심한 취업난과 고용불안에 시달리게 된다. 이들 스스로 "우리 역시 부침이 많았던 세대"라고 항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띠동갑인 두 연령대가 경험한 삶은 변화무쌍했던 한국의 현대사를 펼쳐보는 듯하다. 선배는 '궁핍과 성장'을 몸소 체험했고, 후배는 '풍요와 불안'이 공존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58년생 인구는 77만517명, 70년생은 91만9천22명에 이른다. 주목받는 생년(生年)이라서 그런지 이들은 언제나 시끌벅적하고 결속력도 강하다. 58년생의 경우 전국 모임까지 운영될 정도다.
격동의 현대사를 헤쳐온 이들이 개띠 해를 맞아 세대교체의 중심에 선다. 환갑을 맞는 58년생이 일선에서 물러나고, 띠동갑 후배 70년생이 사회의 허리를 맡아가고 있다.
공직사회를 보면 그 변화가 확연하다. 올해 60세를 맞는 58년생은 공로연수나 명예퇴직으로 일선에서 물러났다. 반면 70년생은 과장·팀장 자리를 꿰차면서 조직 전면에 등장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정년을 맞는 58년생 지방직 공무원은 광역·기초단체를 합쳐 7천650명이다. 재작년과 작년 퇴직한 56·57년생이 각각 4천652명과 5천295명이던 것에 비해 64.4%와 44.5% 많다.
충북도청의 경우 4급 이상 34명, 5급 17명 등 65명의 중견 간부가 무더기로 자리를 비웠다. 이 기관 5급 이상 중견간부가 330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15%가 물갈이되는 셈이다. 대구·경북에서는 무려 719명, 광주·전남도 377명의 58년생이 공직에서 물러났다.
민간부문의 세대교체는 이보다 훨씬 신속하게 이뤄졌다. 정년 60세가 법제화되기 전 상당수 기업의 정년이 55세였던 점에 비춰볼 때 58년 개띠의 퇴장은 이미 4∼5년 전부터 진행됐다.
이들이 떠난 자리는 70년생 개띠들로 채워진다. 대구시와 산하기관 팀장(5∼6급) 가운데는 70년생이 229명이나 되고, 경북도청과 23개 시·군에도 310명의 개띠 팀장이 있다.
1958∼1970년은 베이비붐 세대 중에도 인구가 가장 폭발적으로 늘어난 시기다. 경제성장 혜택을 받아 안정적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공급됐고, 이전 세대와 달리 자산을 축적한 사람도 많다.
따라서 이들의 세대교체는 사회 전반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오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박경숙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딱히 58년생에 국한 짓기는 어렵지만,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는 후배에게 양질의 일자리가 넘어가는 과정으로도 볼 수 있다"며 "노동시장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변화가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 세대 은퇴자 중에는 안정적으로 연금을 받거나 자산을 축적한 경우도 상당하다"며 "이전과 전혀 다른 형태인 은퇴 세대의 출현이며, 중고령층의 사회적 역할을 확대하는 세력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박병기 여운창 우영식 강종구 이승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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