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월 첫 부분 개방 시작…"하류 10㎞ 기수 생태계 복원"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31년간 닫혀있던 낙동강 하굿둑의 완전 개방을 위한 절차가 올해부터 본격화한다.
계획대로라면 올해 10월 낙동강 하굿둑의 수문 일부가 처음 개방될 예정이다.
모든 수문을 완전히 열기 전 실증연구 절차의 하나로 부분 개방을 진행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력이나 파급효과를 진단하기 위해 이뤄지는 것이다.
낙동강 하굿둑 완전 개방시대가 성큼 다가온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
하지만 아직 하굿둑 개방에 반대하는 농민단체의 반발을 해소할 만한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고 대체 식수원을 찾아내지 못하는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한 상태다.
◇ "2025년 이전, 하류 10㎞ 기수 생태계 회복"
부산시는 2025년 이후 낙동강 하굿둑 10개 수문을 완전히 개방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내세운다.
그전까지는 하굿둑에서 상류로 10㎞ 떨어진 지점까지를 민물과 바닷물이 교차하는 '기수(汽水) 지역'으로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부산시는 지난해 말부터 3년간의 일정으로 환경부, 국토교통부와 함께 하굿둑 개방을 위한 실증연구 용역에 들어갔다.
앞서 부산시가 단독으로 두 차례에 걸쳐 하굿둑 개방 관련 용역을 진행해 이번 정부 합동 용역은 '3차 용역'이다.
이번 3차 용역은 앞서 두 번의 용역과 비교할 때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앞서 두 차례 용역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하굿둑 개방 이후의 상황을 예측한 데 반해 이번 3차 용역은 실제로 하굿둑 문을 일부 개방해 관찰하기 때문이다.
3차 용역은 크게 2단계로 구분된다.
올해 9월까지는 앞서 1, 2차 용역을 되짚어 보고 점검한다. 그런 뒤 10월부터는 실증연구에 착수한다.
부산시 낙동강 하굿둑 개방 TF팀 박종렬 팀장은 "어떤 방식으로 어떤 시기에 수문을 열었을 때 염분이 상류 몇 ㎞까지 거슬러 올라가는지 기초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하는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정부 합동 3차 용역이 이뤄진 것은 부산시로는 사실 큰 관문 하나를 넘은 것이다.
그동안 부산시가 하굿둑 개방을 추진하며 3차 용역의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전 정부 아래의 국토교통부는 정부 차원의 용역을 수행하는 것을 꺼려왔다.
하지만 지난해 정권 교체 후 기류 변화가 일어나면서 국토부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팀장은 "하굿둑이 개방되면 강물의 정체 현상이 해소되면서 고질적인 녹조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어류가 노닐고 생태계가 회복돼 다시 시민에게 사랑받는 낙동강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아직 넘어야 할 산 많다"
하지만 완전 개방까지는 예상되는 반발과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은 상황이다.
하굿둑이 개방되면 당장 바닷물이 낙동강 주변 농경지로 침습하게 돼 농민들의 피해는 불가피해 보인다.
낙동강 주변 농민은 1만8천 명에 달하는 것으로 부산시는 집계하고 있다.
개방 시 염분 침습에 따른 피해 보상 문제와 소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등이 고민이다.
농민은 하굿둑 개방에 반대하며 서명운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반재화 부산 농민연대 회장은 "토마토와 대파 등 일부 내염(耐鹽) 능력이 있는 작물을 제외하고는 시설채소나 벼농사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면서 "염분이 들어온 '염자리'에서 자란 작물은 수확량이 3분의 1로 대폭 줄고 상품 가치도 거의 없어져 농민들은 거리로 나앉으라는 소리"라고 반발했다.
반 회장은 또 "일대 20%가량의 농가가 지하 4m에서 지하수를 끌어올려 농업용수로 쓰는데 하굿둑이 개방되면 지하수 사용도 피해를 보게 된다"면서 "3차 용역에서는 농업에 대한 피해 예측 현황과 실태가 정확히 조사되고 반영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체 식수원 마련도 완전 개방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난제다.
부산시민들은 낙동강 물로 대부분의 생활용수를 해결한다. 하루 100만t가량의 물을 취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2025년 이전까지는 하굿둑 개방이 식수원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 기간에는 하류 10㎞ 구간만 기수역 회복을 목표로 하고 있어 하굿둑 상류 26㎞ 지점에 있는 취수장은 염분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하지만 완전 개방이 이뤄지면 취수장까지도 염분 피해가 예측되는 상황이라 대안은 필요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부산시는 해수 담수화 시설 설립, 경남 진주 남강댐 물 공급, 창녕 강변 여과수 사용 등의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지방자치단체 간 협의는 없거나 진척되지 않는 상황이고 오히려 언론 등을 통해 경남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전달되고 있다.
◇ "생태계 살려 후손에게 물려줘야"
하굿둑 개방까지 난관은 많지만 환경단체들은 생태계 회복을 위한 하굿둑 개방은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1987년 하굿둑이 건립되기 전 낙동강 일대는 '동양 최대 철새도래지'로 불렸다.
매년 11월부터 4월까지 알래스카나 시베리아 북반구에서 날아온 수만 마리의 철새가 찾는 쉼터였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 0.5∼3%의 염분농도를 보이는 기수역은 다양한 어종이 서식해 '생태계의 보고'라고 불리기도 했다.
1966년 낙동강 일대가 '천연기념물 179호'로 지정돼 보존의 필요성이 인정되던 곳이었다.
장경준 자연보호 사상구협의회 지부장은 "하굿둑 건립 이전 낙동강 바닥에는 재첩이 새카맣게 덮여 있었고 웅어, 민물장어 등 다양한 어종이 배 한가득 잡히던 곳"이라면서 "하지만 지금 재첩은 씨가 말랐고 물고기들은 죽은 채 떠오르는 곳이 됐다"고 밝혔다.
환경단체들은 기수 생태계에서 자라는 생물 60여 종을 모니터링한 결과 절반가량이 없어졌다며 심각한 생태계 파괴를 우려하고 있다.
강바닥은 산소가 줄어 바닥 어종들이 살기 어려워졌고 낙동강 하구 어민들의 주 어업이던 통발 어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4대 강 사업 이후에는 강물 정체 현상으로 녹조류가 강물을 뒤덮기도 한다.
김상화 낙동강공동체 대표는 "물길을 막음으로써 기수 지역이 생산해내는 종 다양성이나 생태적 가치가 너무 많이 훼손됐다"면서 "우리 후손을 위해서라도 기수 지역이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태 에너지를 되찾아 줘야 한다"고 말했다.
◇ 낙동강 하굿둑은…
낙동강 하굿둑은 1987년 부산 사하구와 강서구를 잇는 길이 2천400m, 높이 18.7m 구조물로 만들어졌다.
1천573억 원이라는 당시로는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됐다.
하굿둑은 낙동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역에 만들어져 염분이 낙동강으로 올라오는 것을 막아 김해평야(낙동강 수계 4만㏊)의 안정적인 식량 생산이 가능하도록 하고 낙동강 수위를 높여 각종 용수를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여기에 낙동강 하구 양안을 메워 산업단지를 조성하려는 부대 목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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