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는 고사하고 도시바는 회사 재건에 바빠"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일본 최대 경제단체 게이단렌(經團連)이 인물난 속에 차기 회장을 내정했다.
29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게이단렌은 내년 5월 임기가 끝나는 사카키바라 사다유키(74) 회장 후임에 히타치제작소 나카니시 히로아키(中西宏明·71) 회장을 내정했다.
![](https://img.yonhapnews.co.kr/etc/inner/KR/2017/12/29/AKR20171229057500009_01_i.jpg)
나카니시 회장이 큰 폭의 적자에 빠졌던 히타치제작소를 재건했다는 점과 아베 신조 총리 내각과 양호한 관계를 계속할 수 있다는 점 등이 고려됐다.
게이단렌은 1월 6일께 나카니시 회장 기용 의향을 정식으로 전달하며, 그도 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현재 매체들은 전했다. 1월 9일 회장·부회장 회의에서 승인을 얻은 뒤 5월 말 정기총회를 거쳐 정식 취임한다.
히타치제작소 출신의 게이단렌 회장 취임은 처음이다.
나카니시 회장은 히타치가 어려움을 겼던 2010년 4월 히타치 사장에 취임했다. 히타치는 금융위기 영향으로 2008회계연도에 당시 일본 제조업체로서는 사상 최대인 7천873억 엔의 적자를 낸 상황이었다.
그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재건에 착수했고 2014년에는 회장에 취임해 영국 고속철도 등 해외 인프라 사업에 주력했다. 2014년부터 게이단렌 부회장직을 맡았고 2016년 일본 정부 미래투자회의 의원에도 취임했다. 아베 총리와도 친밀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게이단렌 회장 인사는 4년에 한 번 이뤄진다. 자천·타천을 포함해 밀고 당기기가 활발한 가운데 일본 안팎에서 존재감을 보이는 인물을 기대한다.
그런데 니혼게이자이는 "히타치제작소의 나카니시 회장이 결정된 것은 경제계의 인재부족을 반영한 면도 있다"고 지적하면서 일본 재계의 속사정을 전했다.
2년 전 일본 재계에서는 2020년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치르기를 기대하며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사장을 회장으로 추대하려는 구상이 부상했다.
그렇지만 아키오 사장은 2017년 2월 자율주행차 개발 등 회사 업무에 전념하겠다고 선언하며 회장의 필수조건이 되는 게이단렌 부회장 자리에 자신의 복심 하야카와 시게루 부회장을 보냈다.
그 인사로 일본 재계는 물론 정계도 바랐던 '도요타 회장의 게이단렌 회장 취임' 기대는 소멸했다.
과거에 여러 명의 게이단렌 회장을 배출한 도시바(東芝)는 회계조작 문제와 그로 인한 거액 적자 문제 등으로 경영을 재건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기 때문에 재계 활동 여유가 없다.
역시 게이단렌 활동이 활발했던 도쿄전력홀딩스도 2011년 3월 발생한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재건작업에 여념이 없어 재계 활동에서 모습을 감추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소개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게이단렌 OB들 사이에선 "나카니시가 거절하면 인선은 혼미 상황에 빠진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적절한 인재가 떠오르지 않았다고 한다.
![](http://img.yonhapnews.co.kr/etc/inner/KR/2017/12/29/AKR20171229057500009_02_i.jpg)
게이단렌 회장은 지금까지는 제조업 출신으로 게이단렌 부회장을 맡은 경력 등 몇 가지 조건이 있었다. 최근에는 풍부한 국제경험이 요구돼 "종합상사나 은행도 후보에 포함되면 좋다"는 의견도 나왔다.
tae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