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인 기사·현장 소장 입건…유족 "가해 주체 밝혀지면 손해배상 물을 것"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서울 강서구의 건물 철거현장 크레인 사고를 수사하는 경찰은 연약한 지반에 크레인을 무리하게 설치하는 바람에 사고가 났을 개연성이 크다고 보고 공사장 측 과실 혐의 입증에 주력하고 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사고가 발생한 지난 28일 합동감식을 진행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연약한 지반에 크레인을 설치해 전도됐다는 소견을 받았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국과수는 당시 현장에서 하중 70t짜리 크레인으로 무게 5t의 굴착기를 들어 건물 4층 높이까지 올리려다가 지반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보통 크레인 전도는 지반이 약하거나, 하중이 무겁거나, 지반을 고정하는 역할의 지주대에 잘못이 있는 경우 등 3가지 이유에서 비롯되는데, 나머지 두 가지 이유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은 크레인 기사 강모(41) 씨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해 이날 오전 6시까지 사고 경위 등을 조사했다. 경찰은 현장 소장 김모(41) 씨도 같은 혐의로 입건했다.
강 씨는 경찰에서 "작업에 앞서 맨눈으로 지반을 확인했고 경고음을 들었다. 수평을 맞추기 위해 굴착기로 쌓여있던 자재물을 옮기는 일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감리회사, 시공사, 공사 시행사 등 관계자를 순차적으로 소환해서 조사할 것"이라면서 "과실이나 책임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밝히는 등 엄정하게 수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사고로 숨진 서 모(53·여) 씨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규명하고자 이날 부검을 진행했다.
서 씨 유족은 사고 책임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법적 대응 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밝혔다.
서 씨 오빠(55)는 "동생이 서울에서 혼자 지내다가 두 아들과 함께 지내려고 정리 중이었다"면서 "몇 년 전 간경화를 앓던 남편을 잃고 홀로 있었는데 사고를 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버스 회사에서도, 크레인 회사에서도 아무 연락을 받지 못했다"면서 "경찰 수사 등을 통해 정확한 가해주체가 밝혀지면 변호사를 선임하고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작은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지체 장애를 앓았는데 엄마마저 없으면 어떡하나"라며 "일부러 사고를 내려 한 건 아니겠지만 남은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책임을 꼭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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