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야 실종됐다면서'…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고준희양

입력 2017-12-29 13:49   수정 2018-10-15 17:16

'아가야 실종됐다면서'…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고준희양
친부가 4월 시신 유기, 지난 8일 내연녀와 실종 신고 접수
친부 거짓말로 수사 회피, 거듭된 추궁에 "내가 묻었다"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실종된 줄로만 알았던 고준희(5)양이 꽃다운 인생을 채 펴보지도 못하고 29일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친아버지와 내연녀가 '딸이 사라졌다'며 거짓 신고를 했던 순간에도 준희양은 작은 몸을 보자기 하나에 의지한 채 차디찬 땅속에서 숨죽였다.
딸을 버린 친아버지는 거짓말과 변명으로 일관하다 거듭되는 경찰 추궁에 '내가 준희를 묻었다'고 범행을 실토했다.
심증만 있고 물증은 없던 '5세 준희양 실종사건'은 이렇게 모두가 아니길 바랐던 가장 비극적인 결말로 치달았다.


◇ 갑작스러운 딸의 죽음…비정한 아버지의 선택
준희양 친부 고모(36)씨는 경찰에서 딸 시신 유기 경위를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4월 26일 오후 고씨는 내연녀 이모(35)씨 어머니 김모(61)씨에게 "준희가 내일 병원에 가야 하니까 진료를 부탁한다"며 출근했다.
그러나 저녁밥을 먹고 잠을 자던 준희양은 이튿날 새벽 토사물로 기도가 막혀 숨진 채 발견됐다.
귀가한 고씨는 순간 '딸의 죽음이 생모와 진행 중인 이혼소송에 불리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김씨와 함께 준희양 시신을 유기하기로 마음먹었다.
고씨는 숨진 준희양을 차에 싣고 군산시 내초동 한 야산으로 이동한 뒤, 땅을 30㎝가량 파고 시신을 보자기에 싸서 묻었다. 옆에는 준희양이 생전 좋아했던 인형도 같이 뒀다.
비정한 아버지는 그렇게 묘비도 없는 차가운 땅에 딸을 파묻고 매정하게 발걸음을 돌렸다.


◇ '준희는 살아있어요'…거짓 생활 시작
준희양 시신을 유기한 친부 고씨는 철저한 연기와 거짓말로 딸이 살아있는 것처럼 이웃을 속였다.
준희양을 돌보던 김씨에게 매달 양육비 명목으로 60만∼70만원을 입금했고 집 안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을 진열했다.
범행에 가담한 김씨는 준희양 생일인 7월 22일이 되자, 미역국을 끓여 이웃들에게 나눠줬다. '준희 생일이라 국을 조금 끓여봤어요'라는 말까지 보탰다.
지난 8일 친부 고씨와 내연녀 이씨는 경찰서 지구대를 찾아 잘 꾸며낸 거짓말을 늘어놨다. 집을 비운 동안에 준희양이 스스로 걸어나가 실종됐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고씨는 경찰 수사를 받으면서도 '내가 피해자냐. 피의자냐. 기분 나빠서 조사를 못 받겠다'며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고씨와 이씨, 그리고 김씨의 철저한 거짓말에 속은 경찰은 3천여명의 인력과 헬기, 수색견, 고무보트까지 동원해 대대적인 수색을 펼쳤다.


◇ 드러난 진실…'아빠는 딸을 묻었다'
경찰은 연일 이어진 수색에도 준희양과 관련된 흔적을 전혀 발견하지 못하자 의심의 눈초리를 가족들로 돌렸다.
거듭되는 추궁에도 입을 열지 않던 고씨는 "4월 27일 김씨와 왜 군산에 갔느냐"는 경찰의 준비된 질문에 김씨와 함께 딸을 파묻은 사실을 털어놨다.
그러나 딸을 직접 살해했는지와 내연녀 이씨가 범행에 연루됐는지 등에 대해서는 철저히 말을 아꼈다.
경찰은 29일 고씨가 말한 군산시 내초동 한 야산에서 보자기에 쌓인 준희양 시신을 발견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준희양이 왜 사망에 이르렀는지는 부검 결과를 통해 선명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김영근 덕진경찰서 수사과장은 "정확한 사망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고씨와 김씨의 혐의를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유기치사, 학대치사 가능성까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jay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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