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무대미술가' 연극계 대모 이병복씨 별세(종합)

입력 2017-12-30 10:05   수정 2017-12-30 13:25

'1세대 무대미술가' 연극계 대모 이병복씨 별세(종합)
극단 자유 창단…무대미술·무대의상 개념 국내에 정립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한국에 무대미술의 개념을 소개한 '1세대 무대미술가이자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인 원로 연극인 이병복씨가 29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0세.
경북 영천의 만석꾼 집안에서 태어난 고인은 1947년 이화여대 영문과 졸업 기념 공연인 '윈더미아 부인의 부채'에 출연한 것을 시작으로 무대와 인연을 맺었다. 1948년 오화섭·박노경 부부와 함께 여인소극장의 창단 멤버로 참여해 '인형의 집'에 출연했다.
한국 추상회화 1세대 화가인 권옥연(1923∼2011)과 결혼 후 1957년 남편과 함께 프랑스 파리 유학을 떠나 조각과 의상을 공부했다.
귀국 후 1966년 연출가 김정옥과 함께 극단 자유를 창단했다. 배우 박정자, 김용림, 김혜자, 최불암, 고(故) 윤소정 등이 자유 창단 멤버다. 이후 2006년까지 40여년간 극단을 이끌었고 수백여편의 작품에서 의상과 무대미술 전반을 전담하며 '연극계 대모'로 불렸다.
한지 등 옷감이 아닌 여러 재료로 만든 그의 무대의상은 창의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 한국 연극계에 무대미술이라는 개념이 없던 시절, 무대미술의 개념을 처음으로 국내에 소개했고 소도구를 무대미술의 개념으로 확장하기도 하면서 무대미술과 의상을 하나의 예술로 끌어올린 '1세대 무대미술가'로 평가받는다.
1987년에는 한국무대미술가협회를 만들고 회장직을 맡았으며 1988년 세계무대미술가협회에 가입해 국내 무대미술계를 외국에 소개하고 교류를 추진했다. 4년마다 열리는 체코 프라하 세계무대미술 경연대회에 1991년부터 2003년까지 매회 한국이 수상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1968년 그가 서울 명동에 세워 1975년까지 운영했던 소극장 '까페 떼아뜨르'는 모노드라마를 비롯한 '살롱드라마' 공연의 산실 역할을 했다.
2000년에는 고택(古宅)을 보존하는 '무의자(無衣子) 박물관'을 개관해 운영해 왔으며 2012년부터 무의자문화재단 이사장을 맡아 활동했다.



동아연극상과 백상예술대상 무대미술상, 동랑예술상 등을 수상했으며 1991년 무대미술가 경연대회인 프라하 콰드리날레에서 무대미술상을 받았다.
대표작으로는 김정옥 연출과 호흡을 맞췄던 '따라지의 향연'과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 '아가씨 길들이기', '도적들의 무도회', '무엇이 될고하니', '피의 결혼', '바람부는 날에도 꽃은 피네', '옷굿-살'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 고대안암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내년 1월1일이다. 한국연극협회는 고인의 장례를 대한민국연극인장으로 치를 예정이다. ☎ 02-927-4404.
zitro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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