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 주요 도시에서 물가 폭등과 실업 문제 등 민생고에 항의하는 가두시위가 공휴일인 29일(현지시간) 수십∼수백 명 단위로 열렸다.
집회와 시위를 엄격히 금지하는 이란에서 시민의 집단행동은 매우 이례적이다.
전날 이란 제2 도시 마슈하드에서 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를 비판하며 열린 대규모 항의 시위를 필두로, 29일에는 지난달 12일 최악의 지진이 난 북서부 케르만샤를 비롯해 중부 이스파한, 서부 하메단, 남부 아흐바즈, 북부 가즈빈과 라슈트 등으로 확산했다.
수도 테헤란에서도 수십 명이 모여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잠시 연행됐다.
케르만샤에서는 시위대 일부가 경찰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이례적인 이번 시위를 보는 시각은 다층적이다.
마슈하드의 첫 시위는 보수파가 민생고를 명분 삼아 중도·개혁파 현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조직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란 보수파는 경제 회생이라는 '절대 명제'를 발판삼아 핵협상을 성사한 현 정부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마슈하드는 5월 대통령 선거에서 하산 로하니 대통령과 경쟁한 강경 보수 정치인 에브라힘 라이시의 고향이자 보수적인 색채가 강한 종교 도시다.
로하니의 측근인 에샤크 자한기리 수석부통령은 29일 "몇몇 생필품이 약간 비쌀 뿐이지 모든 경제 지표가 좋다"면서 "경제 문제는 이번 시위를 조직한 이들이 핑계로 내세우는 것이므로 시위가 확산하면 안 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이 시위에 일반 시민이 가세하고 다른 도시로 전파되자 이들의 애초 의도와 달리 부유한 보수 기득권층에 대한 반대로까지 번지자 기류가 묘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셜네트워크(SNS)에서는 시위 현장에서 로하니 정부의 실정에 항의하는 구호뿐 아니라 최고지도자의 이름도 들렸고 민생 해결보다 시리아, 레바논을 지원을 앞세우는 군부를 싸잡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는 글과 동영상이 게시됐다.
국영 IRNA통신에 따르면 29일 마슈하드에서 열린 금요대예배에서 보수 성직자는 "거리에서 시위하는 이들을 군이 강력히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일각에서는 보수파가 로하니 대통령을 압박하려 한다는 정치적 '음모론'과 별도로 이란 국민이 겪는 민생고를 현 정부가 엄중히 인식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란의 실업률은 정부 공식 통계로도 12%로 심각하고, 물가 인상률도 매년 10% 안팎으로 높다.
로하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긴 했으나 최대 업적인 핵협상이 여론의 지지를 얻어 보수파의 반격을 막을 수 있으려면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적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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