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재웅은 1,000m, 동생 재원은 팀추월·매스스타트에서 평창 출전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초등학교 때 나란히 스케이트를 신은 두 살 터울의 형제는 나란히 월드컵 대표로 뽑혀 태극마크를 달고, 처음 함께 출전한 월드컵에서 나란히 올림픽 출전권을 들고 돌아왔다.
내년 2월 9일 개막하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형제는 나란히 생애 첫 올림픽 무대를 밟는다.
스피드스케이팅의 정재웅(18·동북고)과 정재원(16·동북고)은 한국 빙속 대표팀에서 올림픽에 함께 출전하는 첫 형제 선수다.
올림픽을 40여 일 앞두고 컨디션 점검차 29∼30일 서울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제44회 스프린트 및 제72회 종합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두 형제는 함께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소감을 담담하게 전했다.
"월드컵 내내 집중했고 집중한 만큼 좋은 결과 얻을 수 있어서 기뻤어요."(재웅)
"형이랑 같이 국가대표가 된 것도 좋았는데 올림픽 티켓도 같이 따서 좋았어요."(재원)
형 재웅과 동생 재원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 차례로 빙상에 입문한 후 지금까지 동지이자 서로의 든든한 응원군으로 함께 운동을 해왔다. 고등학교 진학할 무렵 형은 단거리, 동생은 장거리로 주력 종목이 갈렸다.
지난 10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대표 선발전에서 동생이 먼저 장거리 대표로 선발됐고, 이튿날 형도 1,000m에서 월드컵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첫날 제가 먼저 되고 나서, 부모님이 형까지 될 것이라는 기대는 30% 정도만 하셨던 것 같은데, 형도 되니까 제가 됐을 때보다 훨씬 더 기뻐하셨어요. 형이랑 같이 대표팀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커서 속으로 응원했죠.(재원)
"전 육성으로 응원했어요. 종목도 달라 서로서로 응원해주는 입장이었어요. 동생이 됐을 때 제가 된 것보다 더 기뻤죠."(재웅)
재웅은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기간에 열린 ISU 5차 월드컵에 후보 선수 자격으로 출전한 것이 전부고, 재원은 지난 시즌 국가대표로 선발됐으나 개인 쇼트트랙 훈련을 위해 대표 자격을 포기했기 때문에 둘이 정식 국가대표 자격으로 월드컵에 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렇지만 재원은 1차 월드컵에서 팀 추월 금메달, 매스스타트 동메달을 목에 걸었고, 재웅은 3차 대회에서 1분 8초 41로 1,000m 세계주니어신기록을 경신하는 성과를 냈다.
첫 월드컵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는 데는 서로의 응원도 힘이 됐다.
"둘 다 처음 나가는 거라 처음엔 그냥 '우와 우와' 그러면서 신기해하고 그랬어요. 서로 못 탔을 때는 격려해주고, 잘 탔을 때는 잘했다고 해주면서 힘이 됐어요."(재원)
"고통을 동시에 같이 느끼잖아요. 동생은 저보다 훨씬 많은 종목에 출전해서 저보다 힘들었을 것 같아서 많이 힘내라고 말해줬어요.(재웅)
두 선수는 설렘과 기대 속에 생애 첫 올림픽을 준비한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평창올림픽은 모든 한국 선수들의 꿈이잖아요. 어떤 분위기일지 상상은 안 가지만 올림픽 기회가 많이 오는 것이 아니니까 최선을 다하면서도 최대한 즐기면서 하려고 합니다."(재웅)
"올림픽은 월드컵이랑은 또 다를 것 같고 형 말대로 상상이 잘 안 돼요.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인데 이왕 출전하는 것 팀 추월에서 꼭 메달권에 들 수 있도록 잘하고 싶어요."(재원)
집에서도 선수촌에서도 한솥밥을 먹는 두 형제는 또래의 다른 형제들처럼 싸우기도 한다.
재원은 "서로 그냥 잘 지내다가 가끔 어이없는 거로 말꼬리 잡고 싸운 다음에 자고 일어나면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십몇 년을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여느 고교생 형제들이 그렇듯 애정표현 따위는 하지 않는 두 형제는 서로를 향한 새해 덕담을 건네달라고 하자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무뚝뚝하지만 따뜻한 응원을 보냈다.
"새해 복 많이 받고, 올림픽 티켓 따느라 수고했고, 올림픽에서도 실수하지 말고 좋은 성적 낼 수 있도록 잘하자."(재원)
"너도 새해 복 많이 받고, 이왕 올림픽 간 것 끝까지 집중해서 꼭 네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재웅)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